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소주병을 던져 경찰에 체포된 남성이 “나는 인민혁명당 사건의 피해자”라며 “박근혜가 사과하지 않아 화가나 (소주병을) 던졌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오후 12시15분쯤 대구 달성군 유가읍 사저 앞에 도착했다. 박 전 대통령이 발언을 시작한 직후 40대 남성 A씨가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소주병을 투척했다.
돌발 상황이 발생하자 경호 인력들이 박 전 대통령을 둘러쌌고 박 전 대통령의 입장 발표가 중지되기도 했다. 소주병은 박 전 대통령이 위치한 곳에서 5m 가량 떨어진 곳에 투척됐다.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었다.
A씨는 가슴 부위에 ‘인민혁명당에 가입해 주세요’ ‘사법살인진실규명연대’라고 쓰인 종이 팻말을 달고 있었다. A씨의 전화번호도 팻말에 적혀 있었다.
A씨는 범행 직후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이후 언론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인혁당 사건 피해자”라며 “박 전 대통령이 (인혁당 사건에) 사죄하지 않아 화가 났다”고 전했다. 그는 집에서 먹던 소주병을 들고 나와서 던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혁당 사건은 1964년(1차)과 1974년(2차) 중앙정보부가 ‘북한 지령을 받은 대규모 지하조직’이라며 수십명을 검거한 사건이다. 2차 인혁당 사건 당시 1975년 4월 8일 사건 관계자 8명에 대한 사형 선고가 확정된 후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됐다.
박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 2012년 9월 10일 인혁당 사건을 두고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는가라는 그런 답을 제가 한 적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은 ‘인혁당 사건의 유죄 판결과 재심 무죄 판결을 모두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혀 논란이 일었다.
인혁당 사건은 지난 1975년 대법원에서 사형 확정 판결이 있었다. 지난 2007년 서울중앙지법은 앞서 사형된 관계자들에 대해 재심 무죄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은 재심 선고공판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고문·협박 등이 인정되고 검찰조서 등의 증거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인혁당 유가족들은 박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인혁당 사건 사법 살인을 부정하는 박근혜는 역사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전 대통령은 관련 발언 이후 2주 만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국민이 저에게 진정 원하시는 게 딸인 제가 아버지 무덤에 침을 뱉는 것을 원하시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