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하류에서 재배된 쌀에서 녹조 독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다량의 독성 물질이 검출된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검사 기준도, 규제할 방안도 없다는 점이다.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22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낙동강 하류 노지 쌀에서 상당량의 녹조 독성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며 “지난달 낙동강과 금강 유역에서 재배한 배추와 무에서도 녹조 독성이 나왔지만, 정부의 반응은 미온적이다”고 비판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간에 염증을 일으키고 생식 기능에도 영향을 미치는 녹조 독성이다. 이번 조사에서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은 쌀 1㎏당 2.53~3.18㎍이다. 프랑스의 기준을 적용하면, 체중 60㎏ 성인이 하루에 쌀 300g을 먹을 경우 간 병변은 허용치의 12.65~15.9배 초과한다. 같은 조건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기준에 따르면 간 병변은 허용치의 1.97~2.48배, 생식독성은 7.02~8.83배 초과한다. 환경단체는 여기에 지난달 발표한 배추와 무의 마이크로시스틴 함유량을 더하면 해외 기준치의 최대 20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를 실시한 이승준 부경대 식품영양과 교수는 “최근 마이크로시스틴에 간 독성뿐만 생식 독성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정자 수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혀졌다”고 위험성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마이크로시스틴은 굉장히 안정적인 구조로 되어 있어 300℃ 이상 가열해야 구조가 부서진다”며 “일반 가정집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을 제거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체중 1㎏당 0.04㎍의 마이크로시스틴을 간에서 분해할 수 있지만, 간의 해독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마이크로시스틴의 위험성에도 현재 국내에선 이를 측정할 기준도, 제재할 방안도 없다. 식품의약안전처는 오는 6월까지 마이크로시스틴 검사법을 확립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녹조 독소가 농업용수와 농산물에 대한 유해 물질로 규정되고, 분류 기준이 마련되면 안전성 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라며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해야 하는데 관계 부처는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환경단체들은 농산물의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해결책으로 4대강 보를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대강에 설치된 보로 인해 유속이 느려지면 영양 염류가 높아진다. 이로 인해 영양 염류가 과대해지면 녹조가 생성되고, 녹조 생물인 남세균이 독성 물질 마이크로시스틴을 만들어 낸다.
환경운동연합은 “낙동강을 흐르는 강으로 만들면 녹조가 생기지 않는다”며 “녹조 문제가 해결되면 녹조 독성으로 인한 농산물 안전성 문제 또한 사라지게 된다”고 밝혔다.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