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답답해서…靑 회동, 尹 당선인이 직접 판단하라”

입력 2022-03-24 11:47 수정 2022-03-24 12:43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당선인과의 청와대 회동 관련 "다른 이 말듣지 말고 당선인이 직접 판단해야 한다고 말씀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동이 지연되는 상황과 관련해 “다른 이들 말을 듣지 말고 윤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양측의 조율이 순탄치 않은 원인으로 당선인 주변의 ‘다른 이들’을 지목한 것은 이른바 ‘윤핵관’(핵심 관계자)을 겨냥한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회의에서 “답답해서 한 말씀 더 드린다”며 이같이 언급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곧 물러날 대통령이고 윤 당선인은 새 대통령이 되실 분”이라며 “두 사람이 만나서 인사하고 덕담을 하고, 참고가 될 만한 말을 주고받는데 무슨 협상이 필요한가”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을 하는 게 아니다. 당선인이 대통령을 예방하는 데 협상과 조건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은 당선인에게도 기분 좋은 일”이라며 “(두 사람이) 환한 얼굴로 손잡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국민 입가에 미소가 돌아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작심 발언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윤 당선인 측 장제원 비서실장의 실무협의 외에 윤 당선인 측근들의 메시지로 협상 조율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윤 당선인 측의 내부 소통이나 이에 따른 당선인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뜻인가’라는 기자 질문에 “이 수석과 장 실장 협상라인 외에도 많은 분이 여기저기서 관련한 말씀을 많이 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다만) 내부의 의사소통 구조가 어떤지는 잘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전날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한 것을 둘러싸고 불거진 갈등에 대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인사 자체가 회동의 의제가 돼서 대통령의 인사가 마치 당선인 측과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것처럼 인식되는데, 이런 상황을 대통령이 염두에 두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분명한 것은 인사는 대통령 임기까지 대통령의 몫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도 마지막까지 인사를 한 것은 임기 안에 주어진 법적 권한이기도 하지만 법적 의무이기도 하기 때문”이라며 “당선인도 대통령이 돼서 임기 말까지 인사 권한을 행사하면 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