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학동 재개발 4구역 건물 해체공사가 금명간 재개될 전망이다. 지난해 6월 철거 중이던 건물의 붕괴 참사가 발생한 지 9개월여 만이다.
광주 동구는 “붕괴 참사 직후 재개발조합 측에 내린 학동 4구역 사업구역 내 건물 해체공사 중지 명령을 지난 17일 조건부 해제했다”고 23일 밝혔다. 조합 측이 지난 8일 새로운 감리자와 맺은 계약서와 함께 중지 명령 해제를 요청하자 내부 논의와 법적 검토를 거쳐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동구는 해체공사 중지 명령을 조건부 해제했다는 입장이다. 추후 현장의 안정성을 꼼꼼히 점검한 후 실제 공사재개가 이뤄지도록 최종 승인한다는 방침이다.
붕괴참사로 사업지 내에서 벽체와 지하층 등을 남긴 채 해체공사가 중단된 대상 건물은 34개 동이다. 사업구역 내 보상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건물 8개 동은 강화된 인허가 절차에 따라 별도의 해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동구는 34개 동에 대한 공사재개 충족 조건으로 4가지 보완사항을 제시했다. 공사장 동영상 녹화, 새 철거업체 선정 후 안전관련 회의 개최, 해체 감리자 안전 계획 수립, 현장 배치 근로자 조직도·도급·상주감리계약서 확보 등이다.
하지만 조합 측이 등록말소 위기에 몰린 원청사 현대산업개발(현산)의 시공권 회수를 공언한 데다 시민단체 등이 반발하면서 실제 학동 재개발 4구역 잔존건물의 해체공사가 언제 재개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조합 측은 학동 4구역 붕괴 참사 이후 7개월여만인 지난 1월 신축 중이던 화정아이파크 현장에서 다시 붕괴사고가 발생해 현산 측의 ‘안전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거세지자 조합원 총회 등을 거쳐 시공사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광주에서는 직선거리로 불과 5~6㎞ 밖에 떨어지지 않은 학동과 화정동에서 현산 측에 의한 붕괴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현산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현산 측도 지난해 붕괴참사에 연루된 철거업체와 계약을 해지했지만 다른 업체 선정은 아직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단체 반대도 걸림돌이다. 광주시민단체 협의회 등은 “학동 붕괴참사 책임자들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고 시공사에 대한 행정처분도 내려지지 않았는데 공사 재개는 부적절하고 성급한 결정이다”고 반발하고 있다.
해체공사 중지명령 해제와 별도로 붕괴참사 현장은 당분간 그대로 보존된다. 형사재판을 진행 중인 광주지법은 붕괴참사 현장 4개 필지에 내린 현장보존 명령을 오는 5월말까지로 연장했다.
지난해 6월9일 학동 재개발 4구역에서는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쪽으로 무너지면서 도로변 승강장에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동구 관계자는 “해체공사 중지명령 해제는 감리자 선정에 따른 행정절차”라며 “실제 공사재개에는 사업구역내 보상과 이주 등에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