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중국 기업이 러시아에 반도체를 팔면 강력한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며 대러 수출 통제 이행을 촉구했다.
러몬도 장관은 23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중국 반도체 회사는 미국 소프트웨어 기술을 이용해 칩을 제조하기 때문에 통제 대상이 된다”며 “그들이 러시아에 칩을 판매한 사실이 확인되면 소프트웨어 사용을 중단시켜 그들을 문 닫게 할 수 있다. 우리는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외국기업이 미국 소프트웨어, 설계 등을 사용한 제품을 러시아에 수출할 수 없도록 해외직접제품규제(FDPR)를 적용했다.
러몬도 장관은 중국 최대의 파운드리 업체 SMIC 등 모든 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중국이 수출통제를 준수할 것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또 “중국은 미국이 강력하고, 파트너와의 관계가 (예전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는 점을 분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러몬도 장관은 “(수출통제 위반에 대해) 시간, 분 단위로 모니터링하고 있고, 위반이 발생한 모든 국가를 단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몬도 장관은 다만 중국 기업이 현재 수출통제를 위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또 “조사나 집행 조처가 완료될 때까지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적, 경제적 지원에 나서면 혹독한 대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중국으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얻지는 못한 상태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의 제재 집행기관은 중국이 러시아의 대금 결제를 용이하게 도와주는지, 수출통제에 반하는 시도를 하는지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수출통제와 관련해선 러시아에 금지된 물품을 공급하는 중국 기업이 있는지를 찾고 있다”며 “이 경우 미국은 이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보장할 수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해 대러 추가 제재 등을 논의한다. 설리번 보좌관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추가 대러 추가 제재 발표를 예고하며 “발표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제재를 무력화하거나 약화하거나 회피하도록 돕는 모든 국가의 시도를 단속하기 위한 공동 노력이 있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관세 적용을 받는 중국산 제품 549개 가운데 352개 품목에 대해 관세 부과 예외를 다시 적용한다고 밝혔다.
한편 러몬도 장관은 한국산 철강제품의 대미 수출 물량 제한 조치에 대해 “한국은 쿼터 조정을 통해 직전 행정부와 일종의 합의를 타결했다. 재협상은 우리에게 우선순위가 아니다”며 부정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