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애플보다 많이 산 ‘홍콩 ETF’, 반등에 웃는 중학개미

입력 2022-03-23 18:25 수정 2022-03-23 19:09
해외 주식 투자자들이 최근 미국 대형주보다 더 많이 사들이고 있는 것은 홍콩 상장지수펀드(ETF)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코로나 재확산으로 홍콩 증시가 이달 초 폭락한 틈을 타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다. 이번 주 홍콩 증시가 급반등하면서 해당 펀드를 사들인 ‘중학개미’들이 반색하고 있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9일 이후 2주간 투자자들이 해외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ETF로 나타났다. 매수금은 1억7400만 달러, 매도금은 17만 달러다. 거의 팔지 않고 사들이기만 한 셈이다. 순매수 기준 미국 뉴욕에 상장된 애플(1억4800만 달러)과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1억2800만 달러), 테슬라(1200만 달러) 등을 큰 폭으로 제쳤다.

해당 상품이 추종하는 홍콩H지수는 중국 대표 IT 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 샤오미 등 중국 기업 50개를 담고 있다. 홍콩H지수는 이달 들어 최대 23.9% 급락하며 지난 15일에는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인 6123.94까지 밀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5곳을 퇴출 예비 명단에 올리면서 테크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중국이 코로나 확진자 폭증으로 선전시를 봉쇄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날개 없이 추락하던 홍콩H지수는 최근 일주일간 큰 폭으로 반등했다. 중국 금융당국이 지난 16일 미국과 소통·협력해 자본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 계기였다. 이후 홍콩H지수 ETF는 25% 넘게 치솟았다.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상장지수증권(ETN) 상품들도 나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당분간 홍콩 증시가 출렁이겠지만 추가로 폭락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규제 강화는 비재무적 요인인 만큼 증시에 연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과거 패턴을 감안하면 홍콩 증시가 3월 말에는 지지선을 구축하고 기술적으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