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감점’은 홍준표 겨냥?…이준석·김재원 진실공방도

입력 2022-03-23 18:03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6·1 지방선거 공천 규정을 둘러싼 잡음이 국민의힘 당내 갈등으로 격화되고 있다.

당 지도부가 현역 의원이 지방선거 공천신청을 하면 심사 과정에서 10%를, 5년 이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15%를 감점하는 조항을 신설한 게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 두 페널티가 모두 적용돼 25% 감점을 받게 된 홍준표 의원이 자신을 겨냥한 규정이라며 공개 반발했다.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홍 의원은 뒤늦게 뛰어든 김재원 최고위원이 표결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김 최고위원과 이준석 대표가 서로 대치된 주장을 내놓으며 지도부의 진실 공방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홍준표 “심판이 룰 정하고 선수로 뛰어”

홍 의원은 페널티 규정이 자신을 겨냥해 신설된 것이라며 연일 지도부를 비판하고 있다. 그는 2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7년간 당과 흥망성쇠를 함께한 내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벌을 받으면서까지 경선을 해야 하느냐”며 “지도부의 난맥상을 걱정한다. 이젠 야당도 아닌 여당 지도부”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욕을 버리고 오로지 당과 나라만 생각하는 지도부로 거듭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홍 의원은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에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는 지지자의 글이 올라오자 “특정 최고위원의 농간”이라고 대꾸했다. 당의 공천 지침을 비난하는 다른 회원의 글에도 “그런 음험한 술책으로 박근혜정부 정무수석을 했으니 박 전 대통령이 저렇게 당하지”라고 적었다. 모두 김 최고위원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전날에도 페이스북에 “지난 대선을 앞두고 당의 방침대로 총선 때 탈당했던 사람들을 대사면하고 모두 입당시키지 않았느냐”면서 “그렇게 해놓고 사면된 사람들에게 또다시 페널티를 부과한다? 그게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심판이 자기한테 유리한 룰 정해 놓고 선수로 뛰면 승복할 선수가 세상 어디에 있나. 1, 2위 격차가 10% 이상 나면 현역은 당연히 컷오프되는 게 모든 물갈이 공천의 원칙이었는데 이번에는 그것도 무시하나”라고 성토했다. 대구시장 공천 경쟁에서 ‘선수’로 뛸 김 최고위원이 ‘심판’으로서 표결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김재원 최고위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재원 “이준석 대표가 더 높은 감점 규정 제시”

이에 대해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초안에서 더 높은 감점 규정을 제시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전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은 “페널티에 대해 모두 반대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와 대치되는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2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당 대표가 갖고 온 초안이 열세 페이지 정도”라며 “탈당 경력자 25% 감산, 징계 경력자 25% 감산, 당원 자격 정지 처분 이상을 받은 징계 경력자 15% 감산, 이런 내용으로 초안을 갖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공천관리 규정 초안을 최고위에 상정한 건 대표의 권한이고, 대표가 이것을 논의하자고 소집했는데 이런 내용이 있었다”며 “25%, 15% 이렇게 해놓은 것이 복잡하고 여러 논란도 우려돼 그냥 15%로 통일하자고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 초안에 따르면 홍 의원은 기존 25%에 현역 의원 페널티 10%가 더해져 35% 감점이 된다. 이를 25%로 줄이자는 의견을 낸 게 김 최고위원 자신이라는 얘기다.

이를 인지한 진행자가 ‘홍 의원을 타깃으로 감점을 높게 잡은 것 아니냐, 이런 얘기가 있는데 이 대표가 (감점) 35%를 들고 온 걸 오히려 김 최고위원이 25%로 낮춘 거냐’고 묻자 김 최고위원은 “결론은 그렇게 됐다. 이 대표께서 그 내용을 아예 모르고 상정했을 수도 있고”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초안을 맡은) 당 실무진들이 20일에 회의를 마치고 저에게 와서 이것은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며 “우리 당이 해당 행위자들이 너무나 많은데 선거 때 되면 그 사람들이 오히려 우대받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였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홍 의원이 (조항에) 해당되는 건 맞지만 전국에 공천 신청을 할 분이 수천 명”이라며 홍 의원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페널티 규정 신설을 주도했다는 의혹에 선을 그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여영국 정의당 대표와 만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당 대표에게 뒤집어씌워”…당내 반발도 확산

이 대표는 김 최고위원의 이 같은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감산점 등 어떤 형태의 페널티를 반대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현역 출마에 대한 페널티, 무소속 출마 경력 페널티 등에 다 반대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최고위원 본인이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상황에서 여러 오해를 사니까 당 대표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과 이 대표가 해당 규정을 누가 주도했는지를 놓고 엇갈린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면서 “김 최고위원은 김어준씨 방송 좀 그만 나가야 한다”며 “거기서 김어준씨와 짝짜꿍해서 당의 중차대한 공천에 잘못된 정보를 말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이 해당 발언을 한 방송이 김어준씨가 진행자로 출연한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당내에서도 해당 규정이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홍 의원 같은 경우에는 대선 후보로까지 뛰었던 분이신데, 25%나 죄를 지은 것처럼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문이 있다”면서 “이 부분은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다시 재논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이 결정은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지역에 따라 현역 의원을 차출해야 될 때가 있고 배제해야 할 때가 있다. 최고위원회의 결정이 공정하지 못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홍 의원과 마찬가지로 21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복당했던 권 의원 역시 자신에게 불리하게 책정된 규정을 에둘러 비판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권 의원은 “이 정도 룰을 정하려면 지방선거 규칙, 심사단 같은 걸 만들어서 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