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尹측 의견 들었다”, 尹측 “추천 안했다”…이번엔 한은 총재 ‘진실공방’

입력 2022-03-23 17:27 수정 2022-03-23 21:05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 설치된 임시 천막 기자실을 찾아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 인선을 놓고서도 ‘신구 권력’이 다른 말을 한 것이다. 임기 말 인사권 문제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를 놓고 갈등을 거듭하는 양측이 이번에는 ‘진실 공방’을 벌이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특히 현재 두 자리가 공석인 감사원 감사위원 인선 등 양측이 충돌할 수 있는 뇌관은 여전한 상황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는 국내·국제경제 및 금융·통화 이론과 정책, 실무를 겸비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인창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 등을 역임했다. 이 후보자는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문 대통령이 임명한다.

특히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윤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의 설명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서울 통의동 인수위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식으로 당선인에게 추천을 요청하고, (당선인이) 추천하는 상호 간 협의 같은 절차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이어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창용 후보자 어때요’라고 물었을 때, ‘좋은 사람 같다’(고 했더니) 그걸 가지고 의견을 받았다고 한다”며 “납득이 가는가”라고 반문했다.

장 실장은 또 ‘이철희 수석과 통화했는가’는 질문에는 “(한은 총재 관련) 발표 한 10분 전에 전화가 와서 ‘발표하겠다’고 해서 (제가) ‘아니 무슨 소리냐’며 웃었다”면서 “일방적으로 발표하려고 해서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을 지명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도 장 실장의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두 사람을 (윤 당선인 측에) 물어봤다”며 “(윤 당선인 측에서) 이창용이라고 해서 이 후보자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쪽 인사를 원하는 대로 해주면 선물이 될 것 같기도 하고 계기가 돼 잘 풀릴 수 있겠다 싶었는데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진실공방을 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자꾸 그렇게 거짓말하면 저도 다 공개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뭘 공개하는지 모르겠지만, 공개하십시오”라고 맞받았다.

하지만 양측 모두에서 확전을 자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회의에서 윤 당선인과의 회동에 대해 “언제든지 조건 없이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 측 핵심 인사도 “의도적으로 청와대와 갈등을 키울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상헌 박세환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