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시 텅현 인근 산속에 추락한 동방항공 여객기의 조종사가 지상으로 떨어지는 3분 동안 관제탑의 교신 시도에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후 이틀이 지난 23일에도 추락 지점에서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중국 민용항공국(민항국) 주타오 항공안전판공실 주임은 전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사고 여객기는 당일 오후 2시 17분 순항 고도 8900m를 유지하며 도착 예정지였던 광둥성 광저우 항공 관제구역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후 2시 20분 관제사는 여객기의 고도가 갑자기 떨어지는 것을 발견하고 여러 차례 조종사를 호출했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다. 이어 3분 뒤인 2시 23분 여객기의 레이더 신호가 사라졌고 추락했다. 여객기가 추락하는 3분 동안 조종사가 관제탑의 교신 시도에 아무 응답이 없었다는 사실을 중국 당국이 처음 확인한 것이다.
주 주임은 “탑승객 123명 중 외국인은 없었다”며 “생존자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사고 조사가 이제 막 시작됐기 때문에 원인을 명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성명을 내 “중국민간항공국(CAAC)의 조사 책임자와 접촉하고 있다”며 “미국 연방항공청(FAA), 보잉(항공기 제조사), CFM(항공기 엔진 제조사)에 소속된 기술 고문들이 필요한 방식으로 조사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항공기 비행 정보를 보여주는 플라이트레이다24에도 비슷한 데이터가 나타났다. 여객기는 이륙 한 시간 만인 오후 2시 20분쯤 갑자기 2만9100피트(8869m)에서 7000피트까지 하강했고 잠시 고도를 회복하는가 싶더니 추락했다. 이는 조종사가 비행기 머리를 들어 올리기 위해 애를 썼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로선 기계 결함과 조종사의 통제력 상실 등 여러 가능성이 모두 거론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소방대원과 무장경찰, 인민해방군 등 2000여명과 드론을 투입해 구조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추락 지점이 숲이 우거진 깊은 산 속이고 진입로가 좁은 데다 비까지 내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야간 수색에 필요한 조명 등 대형 장비가 들어가지 못하고 인력과 드론에 의존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어 속도가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
동방항공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기장과 부기장의 조종사 2인 체제를 책임 기장을 포함하는 3인제로 변경한다고 인터넷 매체 펑파이가 보도했다. 펑파이는 “베테랑 기장 1명을 포함해 기장 2명과 부기장 1명 등 총 3명의 조종사가 탑승하는 것”이라며 “장거리 노선의 경우 책임 기장이 반드시 탑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방항공은 연인원 1억3000명을 수송해 수송량 기준으로 세계 10대 항공사에 들어간다. 코로나19 대유행 전에는 한국과 중국의 주요 도시를 잇는 항공편을 많이 운영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