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걸음걸이에 덜미…해경 50대 절도범 검거

입력 2022-03-23 16:27
경북 영덕의 한 항구에 설치된 CCTV에 찍힌 절도범 용의자 모습. 울진해양경찰서 제공

부두에 정박한 선박에서 고가의 장비를 훔쳐 달아난 50대 남성이 독특한 걸음걸이 때문에 해경에 붙잡혔다.

경북 울진해양경찰서는 선박에 침입해 고가의 항해통신장비를 훔친 혐의로 50대 남성 A씨를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3일 밝혔다.

해경은 지난 1월 한 어민으로부터 경북 영덕의 항구에 정박해 둔 어선에서 항해 장비를 분실했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섰다. 지문감식과 관내 220여곳에 설치된 총 526대의 CCTV 영상을 정밀 분석했지만 범인을 특정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CCTV 영상에는 범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차량에서 내려 어선에 침입해 장비를 훔친 뒤 달아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단 2분이었다. 그러나 얼굴이 선명하지 않아 신원을 확인하는 단서로는 부족했다.

해경은 CCTV 영상 속 남성의 독특한 걸음걸이에 주목했다. CCTV에 잡힌 용의자의 걸음걸이가 용의점이 있는 50대 남성 A씨와 비슷하다고 판단해 분석을 의뢰했다. 분석 결과 통신장비 판매·수리 업체를 운영하는 A씨와 용의자가 동일인임을 확신하고 검거했다.

이 과정에서 ‘법보행 분석’ 수사기법이 큰 역할을 했다. 법보행 분석은 사람마다 다른 걸음걸이의 특성을 분석해 동일인 여부를 가려내는 최신 과학 수사기법이다.

A씨의 차량과 주거지에서는 출처를 알 수 없는 항해 통신장비인 GPS플로터 24대가 발견됐다. 해경은 추가 피해자 및 여죄를 찾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울진=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