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남녀별 생존법’ 보여준다… 게임 넘어선 ‘실험적 예능’ 대세

입력 2022-03-23 16:25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에는 남과 여의 생존 게임이다. 외딴 숲속에서 10일간 살아남기 위해 남성과 여성은 각각 어떤 생존 전략을 취하는지 보여주는 리얼리티 생존 예능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생존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남녀의 셈법은 달랐다.

‘남녀의 생존법’을 보여주는 카카오TV 오리지널 리얼리티 예능 ‘생존남녀: 갈라진 세상’이 지난 17일 론칭 후 첫 주 만에 250만 조회 수(1~4회 통합)를 기록했다. ‘가짜사나이’ 등 인기 웹 예능을 제작한 3Y코퍼레이션의 신작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참가자들은 유명 스트리머, 패션 디자이너, 개그우먼 등 직업이 다양했다. 의식주가 제한된 극한의 상황에서 남녀 참가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생존 전략을 펼쳐간다. 이들이 생활하는 숲속에는 참가자를 감옥에 구속할 수 있는 ‘술래’가 있다. 술래를 피해 더 많은 인원이 생존한 팀이 이기며 상금은 1억원이다.


남녀의 문제 해결법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생활에 필요한 보급품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남성들은 여성팀의 보급품까지 훔치자는 전략을 짰다. 반면 여성 참가자들은 다른 팀의 물건을 뺏는 전략은 고려하지 않았다. ‘(전략이) 단순하다’, ‘모럴(도덕)이 없다’고 반응했다.


참가자들이 팀원과 소통하고 대립하는 과정은 실제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습과 비슷했다. 남성팀은 전략을 짜면서 엇갈린 의견이 나와도 소통보다는 다수 의견에만 집중했다. 때로는 자신의 능력을 맹신해 독자적인 행동으로 전체 팀에 위기를 초래하기도 했다. 이들과 달리 여성 팀은 비교적 수평적인 유대감을 키워갔다. 하지만 전략적인 측면에서 남성들보다 뒤처지는 면도 보였다. 이들은 하루에 한 번 지급되는 보급품을 남성팀에 뺏겼다. 사전에 보급 시간이 고지됐고, 사이렌 소리까지 울렸으나 이들은 한발 늦었다.


‘생존남녀’는 예능을 넘어서 일종의 ‘사회 실험’에 가까운 포맷이다. 최근의 서바이벌 예능은 단순하게 게임을 수행해 살아남는 것을 넘어선다. 실제 같은 생존 상황에서 참가자들이 어떠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지 적나라하게 담는 실험적 요소를 담고 있다. 올초 방영된 MBC의 ‘피의 게임’ 역시 게임이나 미션보다는 참가자들끼리 벌이는 치열한 심리전에 집중했다. 상금을 따기 위해 배신이나 거짓말 등 불공정 경쟁도 허용됐다. ‘생존남녀’ 역시 폭력만 쓰지 않는다면 남의 물건을 훔칠 수 있다는 파격적 조건을 걸었다.

김교석 예능평론가는 “팬데믹으로 인해 개개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불확실하고 나약해지는 상황에서 본능적인 생존 본능을 일깨우는 예능이 주목을 받고 있다”며 “다만 생존이라는 포맷이 자칫 식상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형식을 취한 실험적 프로그램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생존남녀’가 성별의 대결 구도를 취한만큼 온라인상에서 갈등으로 비화하진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김 평론가도 “남녀의 차이점을 보여준다는 측면은 흥미롭지만 부정적인 감정 소모로 이어지는 건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