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코로나약 ‘라게브리오’ 긴급승인…약 부족 해소될까

입력 2022-03-23 16:06 수정 2022-03-23 16:40
머크앤드컴퍼니(MSD)의 코로나약 라게브리오. 머크앤드컴퍼니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23일 머크앤드컴퍼니(MSD)의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라게브리오캡슐’(성분명 몰누피라비르)에 대해 긴급사용승인을 결정했다.

라게브리오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에 이어 두 번째로 도입되는 먹는 치료제다. 긴급사용승인은 감염병 대유행 대응을 위해 제조·수입자가 국내에 허가되지 않은 의료제품을 공급하는 제도다.

식약처는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존 코로나19 치료제를 사용하기 어려운 환자에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는 주사제여서 환자 스스로 투여할 수 없고 팍스로비드는 간장애 및 신장애 환자는 복용할 수 없었다.

라게브리오 투여 대상은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경증 및 중등증 코로나19 성인 환자다. 임부와 만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에게는 투여할 수 없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은 마지막 투여 후 4일 동안, 남성은 3개월 동안 피임해야 한다. 라게브리오가 사람 기준 사용량보다 3~8배 높은 용량을 투여한 동물실험에서 태아 체중 감소 등 기형을 유발한 점을 감안한 것이다. 남성의 정자 생성주기를 고려해 피임 기간을 3개월로 정했다.

이날 식약처 브리핑에 참석한 손우찬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는 “동물실험결과 하나로 유전독성이 있다고 판단하진 않는다. 다른 약물에서도 생식발달독성시험에서 이상있었던 경우는 많다”며 “회사 측에서 여러가지 후속시험을 했고 종합 검토할 때 유전독성물질로 우려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동물실험에서 사람 사용량 5배 정도 투여시 뼈 연골 이상이 관찰되기도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사람은 성인되면 성장판이 닫혀서 관계성은 낮지만 보수적으로 해서 청소년과 소아에 사용치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치료제를 사용할 때 이익과 위험을 비교해서 판단하게 된다”며 “제한을 걸어서 사용하면 안전성 우려는 상당히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루에 800㎎(200㎎ 4캡슐)씩 12시간마다 2회, 총 5일간 복용한다. 코로나19 양성 진단을 받고 증상이 발현된 후 5일 이내에 가능한 한 빨리 투여하는 것이 좋다. 이미 중증으로 진행된 상황이라면 약을 투여해도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가 감염내과·독성학·바이러스학 전문가 11인에게 조언을 받은 결과 긴급사용승인 필요성은 인정되나 임부 등에게는 투여하지 않도록 하는 등 대상 환자군을 제한하는 것을 권고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라게브리오는 영국, 미국, 일본 등 15개 국가에서 조건부 허가 또는 긴급사용승인됐다. 라게브리오와 함께 사용하면 안 되는 의약품은 현재까지 알려진 바 없다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식약처는 “라게브리오 투여시 관찰된 부작용은 설사(1.7%), 메스꺼움(1.4%), 어지러움(1.0%) 등 경미한 이상반응이었다”고 밝혔다.

팍스로비드 남은 물량은 6만1000명분

전날 기준 국내에 도입된 팍스로비드는 총 16만3000명분이고 남아있는 팍스로비드는 6만1000명분이다.

오미크론 유행에 따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팍스로비드 물량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팍스로비드 물량과 관련해 “현재 2주 정도 사용이 가능하지만 처방량이 늘고 있다”며 “라게브리오 신속 도입도 식약처와 협의해 진행하겠다”고 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3일 브리핑에서 팍스로비드 추가 물량 4만4000명분을 들여오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선계약한 팍스로비드 도입 물량은 100만4000명분이다. 기존 물량과 추가 물량을 합쳐도 계약 물량의 5분의 1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라게브리오가 이날 긴급사용승인이 결정됐지만 팍스로비드보다 사망 위험 감소 효과가 떨어져 팍스로비드 추가 물량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라게브리오의 중증 예방 효과는 30% 정도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가 급증해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증 예방 효과가 아주 높은 수준이라 말하긴 어렵지만 치료할 옵션을 충분히 갖고 있는 게 환자들에게 더 나은 상황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나성원 송경모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