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등록 의무를 피하기 위해 쪼개기 공사 계약을 맺었어도 공사 내용과 방법 등에서 동일성이 인정된다면 하나의 공사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건설업 등록 없이 2015년 4월과 5월 각각 2895만원, 5040만원 상당의 아파트 10개동 방수공사를 도급받아 시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현행법상 공사 예정 금액이 1500만원 이상이면 건설업 등록을 해야 하는데, A씨는 쪼개기 계약을 맺는 식으로 이를 회피했다. A씨는 재판에서 자신이 한 공사는 아파트 동별·세대별로 진행됐고 개별 공사 금액은 1500만원 미만이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가 건설업 등록 의무를 피하기 위해 계약서를 분리해 작성했다고 보고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행위는) 부실공사를 방지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등록제도 취지를 형해화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2심은 무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공사의 최종 목적물은 전체 공사에 의해서가 아니라 각 아파트 동별로 완성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분할 발주된 여러 공사를 동일한 공사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계약의 당사자와 공사 목적물, 기간,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대법원은 “A씨가 1차 공사는 3개, 2차 공사는 10개로 분할해 공사계약을 체결했지만 공사 목적물과 공사 내용 등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공사에 해당한다”며 “건설업 등록제도를 회피할 의도에서 동일한 공사를 다수의 계약으로 분할해 수주한 것으로 볼 여지도 크다”고 판시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