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청와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의견을 들어 새 한은 총재를 지명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윤 당선인 측은 “이번 인사에 대해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특정 인사를 추천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 조율 과정에서 불거진 공공기관 인사권 갈등이 청와대와 인수위 간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아시아개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거친 경제·금융 전문가”라며 “국내·국제 경제 및 금융통화 분야에 대한 이론과 정책 실무를 겸비하고 있으며 주변으로부터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이어 “풍부한 식견과 경험, 글로벌 네트워크 감각을 바탕으로 국내외 경제·금융상황에 대응하는 효율적이고 안정적 통화·신용정책을 통해 물가와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향후 한국은행법 33조에 따라 국무회의 심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문 대통령의 임명을 받게 된다.
청와대는 이번 인사가 윤 당선인 측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후보자 인선 과정에 대해 “한은 총재 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해 윤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의 인사 발표 직후 입장을 내고 “한은 총재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은 회동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정권교체기 공공기관 인사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현재 공석인 감사원 감사위원 두 자리를 두고 양측은 첨예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상대적으로 이견이 적은 한국은행 총재 후보를 먼저 지명하며 윤 당선인과 사전 협의를 거쳤다고 발표한 것이다.
다만 윤 당선인 측이 한은 총재 인사는 전적으로 청와대가 결정한 인사라고 반박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아직 봉합되지 않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청와대는 한은 총재 인사 과정에 정치적 의도가 담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신구 권력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을 피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은 총재는 당연직 금융통화위원회의 위원으로,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돼 있다”며 “어떤 정부이냐와 관계 없이 (총재 임기가) 3월 31일 만료되기 때문에 임명절차를 생각할 때 사전에 후임 총재 인선작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계속 미뤄지고 있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에 대해선 “언제든지 조건없이 열려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뜻이었다. 그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3일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도 윤 당선인과의 회동에 대해 “언제든지 조건없이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