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尹 수사지휘 폐지 반대… “공정성 담보해야”

입력 2022-03-23 11:47 수정 2022-03-23 13:40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중회의실에서 기자들과 약식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사법 분야 핵심 공약인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에 거듭 반대 의사를 밝혔다. 검찰의 수사 공정성을 담보하고 민주적 통제를 위해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장관은 2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중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지휘권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그리고 일종의 책임 행정의 원리에 입각해 있다”며 “일부 사례만 가지고 수사지휘권이 행사됐다고 하지만 과거에, 소위 권위주의 정권 때 암묵적 수사지휘가 없었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런 차원에서 서면으로 책임성 원리에 따라 4차례 발동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1949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70년 이상 유지됐다.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제8조)는 조항이다. 지휘권이 실제로 발동된 것은 총 4번으로, 2005년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김종빈 검찰총장을 상대로 처음 행사했다.

박 장관은 “검찰은 공정성과 중립성 담보가 중요하다”며 “이 부분이 제도적으로 강구되고, 검찰의 조직문화가 이에 맞게 개선된다면 당연히 자연스레 수사지휘권 문제는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수사하는 입장에서 ‘알아서 수사 잘할 테니 지휘하지 말라’ ‘(지휘) 그런 거 없었으면 좋겠다’는 게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르겠다”며 “그렇기에 더욱 수사 공정성을 어떻게 담보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의 입장은 대검찰청의 의견과 대치된다. 앞서 대검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를 앞두고 수사지휘권 폐지에 찬성한다는 취지로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의견은 김오수 검찰총장의 승인을 거쳐 법무부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검찰 권한 복원’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사법분야 공약 발표에서 “정권을 위한 사법이 아닌 국민을 위한 사법 제도를 완성시키겠다”고 밝혔다. 검찰총장에게 독자적인 예산편성권을 부여하고,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새 정부가 직제를 바꾸려고 하면, 대통령령이기 때문에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어쩌겠나”라면서도 “검찰이 준사법기관으로 국민 속에 안착하는 게 살길이고 나아갈 길이다. 수사를 많이 한다고 해서 반드시 검찰에 좋을까.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검찰 독립예산 문제와 관련해선 “특수활동비 등 예산 집행의 투명성이 담보된다면 예산 편성권에 독립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조건부 찬성’ 입장을 보였다.

법무부는 24일 인수위 업무보고를 앞두고 형사사법 현안 전반에 대한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 분과도 윤 당선인의 ‘검찰개혁 정상화’ 공약과 관련한 세부 추진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대검 의견 등 종합적으로) 심도 있게 정리하겠다”며 “(인수위) 과도기라 여러 가지 논쟁을 유발할 수 있겠으나, 적어도 새 정부가 당선자 뜻과 공약에 따라 법무행정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