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에…” 고양이 잔혹학대·사체훼손 20대 붙잡혀

입력 2022-03-23 10:56 수정 2022-04-04 16:54
포항시에서 발생한 고양이 학대사건에서 살아남은 고양이가 구조되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경북 포항에서 잔혹한 방법으로 고양이를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한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포항남부경찰서는 22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20대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경북 포항의 한 폐양식장에서 수십 마리의 고양이를 가둬놓고 이 중 일부를 잔혹하게 죽인 뒤 사체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포획틀로 길고양이를 잡아 자신의 집과 가까운 폐양식장에서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고양이를 구하기 위해 무료분양 사이트나 유기묘 보호소 등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폐양식장은 2m 높이의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구조라서 고양이들이 빠져나오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호기심에 그랬다”고 진술했다.

현장에 방문한 활동가가 고양이의 사체를 수습하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이번 학대 사건은 제보를 받고 학대 현장으로 출동한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들에 의해 알려졌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지난 21일 새벽 1시30분쯤 지역 시민들과 함께 폐양식장을 찾아가 고양이의 사체를 수습하고 살아있는 고양이 9마리를 구조했다. 카라 측은 지난 2월부터 고양이를 죽이고 해부하는 모습이 촬영된 사진 등이 SNS에 올라왔다는 누리꾼들의 제보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현장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끔찍하게 토막나고 훼손된 사체들이 발견됐다. 수습된 고양이 사체 등은 경찰에 증거물로 제출됐다.

카라는 SNS에 올라와 있던 연락처 등을 통해 범인을 특정했다. 현장에서 A씨는 카라 활동가들에게 자신이 고양이를 죽이고 사체를 훼손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라는 그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폐양식장을 찾았던 최민경 활동가는 23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동물 학대 사건에서 범인이 붙잡힌 일은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이전에 있었던 동물 학대 사건들은 범인 검거조차 없이 미결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잡힌다는 메시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동물 학대 사건에 대한 수사 전문성 강화를 촉구했다.

아울러 동물 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렵게 검거돼도 미약하게 처벌하는 것이 문제”라며 “법원이 동물 학대 범죄의 양형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현재 A씨를 강력 처벌하고 동물보호법 및 반려동물 입양 절차 강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22일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23일 오전 현재 22만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서민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