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측 “저희는 무서운 세입자 아냐…주무시는 분 나가라 하겠나”

입력 2022-03-22 18:17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7일 오후 점심 식사를 위해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김은혜 대변인 등과 함께 통의동 집무실에서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은혜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저희는 무서운 세입자가 아니다”라고 22일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가족, 참모들을 향해 “주무시는 분을 어떻게 나가라고 하겠나”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놓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고 있지만, 불필요한 충돌은 최대한 피하겠다는 의도다.

김 대변인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5월 10일 0시부터 청와대를 개방하겠다는 것은 문재인정부 임기 만료 전에 시쳇말로 방을 빼라는 것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언한 청와대 완전 개방 시점 이전에 문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 대변인은 “5월 10일 0시라는 것은 그날부로 윤 당선인이 대통령으로서 공식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라 상징성을 갖고 책임감 있게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겠다는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다만 취임 전 집무실 이전을 못 하더라도 윤 당선인이 청와대로 출근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용산 국방부 청사 내 새 집무실이 마련될 때까지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로 출퇴근한다는 게 윤 당선인 계획이다.

김 대변인은 ‘통의동에서 당분간 근무한다고 (어제) 말했는데 서초동 자택에서 통근하는 것이냐’는 취재진 질의에 “어제까지 상황을 보면 (당선인이) 통의동에서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1일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새 정부 출범 전 집무실 이전에 난색을 표했다.

실제 국무회의에서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현재 윤 당선인이 머물고 있는 통의동에서 임기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

김 대변인은 ‘통의동에서 근무를 시작할 경우 보안과 경호 등의 문제로 리모델링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선 “돈 들게 리모델링을 왜 하나”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보안 문제 등을 우려하며 통의동 사무실에 방탄유리 설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대변인은 통근길 교통혼잡 등 시민 불편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 “한 분이라도 불편하다는 느낌을 가지지 않고, 한 분 한 분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말씀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청사로의 집무실 이전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김 대변인은 ‘국방부 청사로의 이전은 고정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국민께 약속했으니 (그렇다)”고 답했다.

서초동 자택에서 통의동 사무실까지 물리적 거리는 12㎞ 정도다. 통근길 교통 혼잡 우려로 윤 당선인이 삼청동 총리공관에 머물면서 통의동 사무실로 출근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김 대변인은 “새 정부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잘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일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여론에 호소했다. 이어 “난관을 이유로 꼭 해야 할 개혁을 우회하거나 미래의 국민 부담으로 남겨두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룰 두고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계획에 제동을 건 청와대를 압박하기 위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김 대변인은 “국민 민생에 집중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라며 “용산 이전 촉구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