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전국 화장시설도 포화 상태가 이어지자 정부가 장례식장 단체 등에 ‘화장장 외부에 별도 안치시설을 마련해 달라’는 제안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한국장례협회, 학계 전문가 등과 임시 안치시설 확충에 대해 논의를 했다. 장례협회 관계자는 “화장장 주변 공터에 천막 등을 설치해 시신 보관용 냉장고를 두는 방식의 간이 안치시설 조성 방안을 정부가 거론했다”고 전했다.
한국장례협회 측은 반대 입장을 냈다. 외부 안치시설의 경우 국민 정서상 수용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협회 측은 ‘고인이 된 가족을 건물 밖 공간에 내버려두는 것을 유족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우려를 전달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화장시설 내부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며 “그래도 수용이 어려우며 외부에 임시 컨테이너를 설치해 시신 보관용 냉장고를 두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장례 현장 의견 청취 과정에서 나온 여러 제안 중 일부”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장례 업계 등의 지적을 감안해 화장장 외부 공간보다는 실내에 임시 안치 시설을 우선 마련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화장장 내부에 저온 안치실이 구축된 형태가 많은 유럽식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장장에 추가 구축한 안치 공간은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마쳤으나 화장 예약을 하지 못해 대기 중인 시신을 한동안 안치할 수 있도록 활용할 계획이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 여파로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현재 전국의 화장장은 대란 지경이다. 화장 예약이 잡히지 않으면서 5~6일 혹은 그 이상 기간에 장례를 치르는 일이 빈번한 상황이다. 장례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2월 말~3월 초 전국 화장 건수는 하루 평균 771건이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1116건으로 늘어났다. 50%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화장 수요가 몰리는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에서는 5일 이내 화장 예약을 할 곳이 없어 ‘원정 화장’을 떠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화장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60개 모든 화장시설의 화장로 1기당 하루 운영 횟수를 7회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4일 전국 화장시설에 화장 회차를 늘려 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수도권과 광역시 등 대도시 중심으로만 적용되고 있는 데 따른 추가 조치다. 다만 장례 업계에서는 화장 회차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지금의 장례 현장 혼란 상황을 수습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조례 등을 근거로 관외 사망자 화장을 금지한 지자체에 대해서도 한시적으로 조례를 풀고 관외 시신을 받도록 하라고 17개 시도에 권고했다. 그간 전국 60곳 공설 화장장 중 3분의 1인 20곳은 타 지역 화장 예약을 받지 않았다.
한 장례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된다며 타 지역 화장을 거부하는 곳들이 있는데, 국가 재난 상황에서 지역이기주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