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결투를 신청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스모선수를 상대했던 자신의 과거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정작 싸우면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창펑자오 바이낸스 CEO의 의견에 이 사진으로 답했다.
머스크는 2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스모 복장을 입은 남성을 상대하는 사진을 올렸다. 앞서 창펑은 지난 14일 푸틴 대통령에게 도전장을 건넨 트윗에 “당신이 이기기를 바라지만 현실은…(쉽지 않다). 당신의 쿵푸 영상을 본 적이 없다”고 댓글을 달았다. 머스크는 1주일 만에 창펑의 트윗 아래로 다시 댓글을 붙여 추가 설명 없이 스모를 대련하는 사진을 올렸다.
창펑은 중국에서 추방된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캐나다 출신으로, 세계 최대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인 미국 바이낸스 창립자다. 가상화폐 지지자인 머스크와 트위터에서 평소 소통해왔다. 창펑은 여섯 살 많은 머스크에게 댓글을 달면서 ‘형(brother)’이라고 적었다.
머스크는 스모 사진을 촬영한 시기와 장소를 공개하지 않았다. 머스크의 이어진 트윗을 보면 적어도 8년 전의 사진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머스크는 이 사진에서 연결한 추가 댓글에 “그를 내던지긴 했지만 C5-C6 디스크가 부러졌다. 8년간 허리 통증에 시달렸다. 이제 C5-C6 디스크를 치료했다”고 적었다. 스모 선수를 쓰러뜨린 경험을 가졌고, 당시의 부상에서 회복한 만큼 푸틴 대통령과 맞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지난 14일 트위터에 러시아어로 ‘블라디미르 푸틴’(Владимир Путин)을 쓰고 결투를 신청했다.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대통령을 때려눕히겠다는 머스크의 호기는 인터넷상에서 열광적인 지지를 끌어냈지만,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사장은 이런 머스크에게 “작은 악마여. 너는 여전히 애송이고 약골이다. 대결은 시간낭비가 될 것”이라고 응수했다. 러시아 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문장을 인용한 것이지만, 미국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 이용자들은 “로고진 사장이 머스크의 도발에 걸려들었다”며 비웃었다. 머스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서 여론전의 일부를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머스크는 자신이 경영하는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엑스의 무선 인터넷용 인공위성 스타링크 서비스를 우크라이나의 통신망 연결을 위해 제공하기도 했다.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은 지난 1일 머스크에게서 “스타링크 수신용 단말기를 받았다”며 감사 인사를 표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