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우리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을 마지막 사명으로 여기겠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이전 작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원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정에는 작은 공백도 있을 수 없다”면서 “특히 국가안보와 국민경제, 국민안전은 한순간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반도 안보 상황의 엄중함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신냉전 구도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국제 안보 환경 속에서 한반도 정세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우리 군이 최고의 안보 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정권교체기에 더욱 경계심을 갖고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권 인수인계 지원에 협조할 것임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안보와 경제, 안전은 정부 교체기에 현 정부와 차기 정부가 협력하며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과제이며 정부 이양의 핵심 업무”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수위원회와) 긴밀한 소통과 협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면서 “각 부처도 국정에 흔들림 없이 매진하면서 업무 인수인계 지원에 충실히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청와대는 21일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계획에 대해 안보상 우려를 표명하며 제동을 걸었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인수위 운영경비 27억600만원을 의결했다. 운영경비는 대통령 당선인의 원활한 직무 인수를 위한 활동비를 포함해 인수위 운영에 드는 비용이다.
정부는 이미 인수위 사무실 설치비 등 31억6500만원의 예비비 지출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2022년도 일반회계 일반예비비에서 인수위에 지원되는 비용은 모두 58억7100만원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대통령 집무실의 국방부 청사 이전에 필요한 예비비는 이번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예비비 지출 승인이 완료되는 대로 집무실 이전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던 윤 당선인 측의 계획이 시작부터 차질을 빚게 됐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집무실 이전에 따른 안보 공백 우려를 재차 강조했다.
박 수석은 이날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새 정부의 청와대 이전을 반대한다고 하는데, 저희가 이전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며 “다 좋은데 안보 공백, 이 문제는 해결할 게 있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청와대 위기관리시스템을 예로 들며 “5월9일 자정까지는 문 대통령이 그 시스템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바로 1초 후부터는 윤석열 후임 대통령이 그 시스템을 갖고 똑같은 일을 해야 한다”면서 “이 시스템을 옮기는 데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저희로서는 걱정이 되지 않겠나”고 설명했다.
박 수석은 이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이 인사 문제 등을 둘러싼 견해차로 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인사 문제를 윤 당선인 측과 협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 수석은 “윤 당선인이 어떤 말씀을 하셔도 좋다”면서 “다 들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