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도 견딘 96세 홀로코스트 생존자…“푸틴에 숨졌다”

입력 2022-03-22 15:44 수정 2022-03-22 15:45
부헨발트 강제수용소 기념관 트위터 캡처

나치 강제수용소 4곳에서 살아남은 96세 홀로코스트 생존자가 러시아의 공습으로 생을 마감했다.

2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출신으로 홀로코스트 피해자 중 마지막 생존자인 보리스 로만체코가 지난 18일 하르키우 공습으로 숨졌다.

그의 죽음은 홀로코스트의 역사적 현장인 부헨발트 강제수용소 기념관 측의 트위터를 통해 알려졌다.

기념관 측은 이날 트위터에 “로만체코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부헨발트, 페네문데, 도라, 베르겐벨젠 수용소를 거치며 생존한 인물이기에 사망 소식이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부헨발트는 1945년 4월 11일 발견된 가장 큰 나치 강제 수용소 중 하나다. 당시 이를 발견한 미군은 “나치의 냉혹함과 잔인함의 상징”이라며 “이곳에서 수천 명은 굶주렸고 불에 타거나 구타당하고 교수형에 처해졌으며 총에 맞아 죽었다”고 설명했다.

기념관은 “로만체코는 나치 범죄를 기억하기 위해 열심히 활동했으며, 부헨발트-도라 국제위원장 부위원장을 역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부헨발트 수용소 해방 64돌 기념행사에서 “우리의 이상은 평화와 자유의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선서를 낭독하기도 했다.

부헨발트 강제수용소 기념관 트위터 캡처

고인의 손녀 율리아 로만체코에 따르면 로만체코는 러시아군 공습 당시 하르키우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율리아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8일 SNS를 통해 살티브카 주택가 폭격 소식을 알게 됐다”며 “할아버지 집이 불타는 영상을 봤는데도 통금시간 이후라 바로 갈 수 없었다. 간신히 주택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집은 완전히 불에 타버린 뒤였다”고 말했다. 이어 “할아버지 댁에는 창문도, 발코니도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비통함을 표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로만체코의 죽음은 말할 수 없는 범죄”리며 “히틀러(로부터)도 살아남은 사람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의해 살해됐다”고 했다.

1926년 1월 20일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로만체코는 유대인이 아니었지만, 16세 때 독일군에게 잡혀 1942년 독일 도르트문트로 추방됐다. 당시 우크라이나인에 대한 나치의 위협 전술에 따라 로만체코도 강제 노동에 투입됐다.

로만체코는 다음 해 탈출을 시도했다 실패, 체포돼 다시 부헨발트 강제 수용소로 보내졌다. 이후 도라, 페네문데 수용소에 수감됐지만 살아남았다.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공습 시작 때부터 수도 키이우와 제2도시 하르키우에 맹렬한 공격을 퍼부어왔다. 하르키우는 강력한 미사일과 로켓 공격을 받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포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