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이 ‘아마존 매트리스’로 유명한 글로벌 온라인 가구·매트리스 기업 ㈜지누스를 인수한다. 연매출 1조원의 지누스를 인수하면서 현대백화점그룹은 리빙 사업부문에서 매출 3조6000억원의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한섬에 이어 실속있는 인수·합병(M&A)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2일 이사회를 열고 현대백화점이 지누스 지분 30.0%를 7747억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지누스 창업주 이윤재 회장 등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며 경영권도 가져오게 됐다. 이번 M&A는 현대백화점그룹 역대 최대 규모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2년 현대홈쇼핑을 통해 4200억원에 한섬을 인수했었다.
이윤재 지누스 회장은 회사의 지속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사업 시너지 등을 내기 위해 지분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경영권 매각 뒤에도 지분 일부를 계속 보유하면서 이사회 의장으로서 경영에 참여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누스 전직원의 고용을 100% 보장하기로 했다.
지누스 세계 최초로 침대 매트리스를 압축 포장해 상자에 담아 배송하는 기술을 상용화하면서 미국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을 평정한 회사다. 지난해 매출(연결기준) 1조1238억원, 영업이익 743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 가운데 글로벌 비중이 97%에 육박한다. 아마존 내 매트리스 판매 부분 1위고, 미국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 점유율은 30%대에 이른다. 2006년 미국을 시작으로 캐나다·호주·일본에 진출했고 영국·독일·스페인 등 유럽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번 M&A로 그룹의 핵심 사업 포트폴리오(유통·패션·식품·리빙) 가운데 리빙 부문을 강화하게 됐다. 2012년 인수한 현대리바트의 가구·인테리어 사업, 2019년 계열사로 편입한 현대L&C의 건자재 사업에 이어 글로벌 가구·매트리스 사업까지 추가하면서다.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1조4066억원, 현대L&C는 1조1100억원의 매출(연결기준)을 기록했다. 지누스까지 더해지면서 리빙 부문 기업 규모가 3조6000억원대로 올라서게 됐다.
이커머스 사업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대신 계열사별로 전문성을 가진 ‘전문몰 전략’을 추진해왔다. 지누스 인수는 전문몰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도 해석된다. 지누스는 아마존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한 매출 비중이 전체의 80%에 이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누스를 ‘글로벌 온라인 넘버원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시장에 과감히 투자하고, 리바트·L&C 등 리빙 부문 계열사들과 협력해 지누스의 취급 품목을 거실·홈오피스·아웃도어 등 일반가구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분 인수와는 별도로 지누스와 1200억원 규모의 신주 인수계약도 체결했다. 인도네시아 제3공장 설립과 재무구조 강화를 위한 조치다. 향후 슬립테크(수면 기술) 전문 기업에 대한 추가 인수나 협업 등도 검토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지누스 인수를 통해 현대백화점의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 것 뿐 아니라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지누스가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온라인 유통망을 활용할 경우 그룹 차원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