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관저? 대통령, 시위대에 감금 위험도” 前경호부장

입력 2022-03-22 14:28 수정 2022-03-22 14:33
다수의 공관이 들어서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관 입구의 모습. 연합뉴스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통령 관저가 한남동에 마련될 경우 시위대에 대통령이 감금될 위험도 있다는 전직 경호부장의 주장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우선 청와대 내 관저에 들어간 후 이 같은 문제점을 하나하나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기붕 전 대통령 경호실 경호부장은 2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출근도 못하는 헌정 사상 최초의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장 전 부장은 1980년대초 대통령 경호실에 공채로 입사했다. 약 20년 간 최규하 전 대통령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전직 대통령 5명을 경호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관저 문제와 관련해 “(당장은 한남동) 공관을 수리해서 들어가는데 장기적으로는 이 구역(국방부 부지) 안에 관저나 외부 손님들을 모실 수 있는 시설들을 만드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임시 관저는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리모델링 해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대상으로 꼽힌 용산 국방부 청사 건물과 한남동 공관의 거리는 3㎞ 정도다.

前경호부장 “시위대 수천명만 모여도 관저 고립될 위험”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관 인근 모습. 연합뉴스

장 전 부장은 “한남동 공관을 이용하든 사저를 이용하든 경호전문가로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그곳에 감금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집권 초기에는 개혁에 반대하는 집단의 시위가 발생할 수 있는데 만약 수만명의 시위대가 모일 경우 대통령이 출근을 못할 위험성까지 생긴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경내에 집무실-관저가 함께 있는 것과 집무실-관저가 서로 다른 지역에 있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시각이다. 장 전 부장은 “지금도 청와대 근처에 시위가 매일 있다”며 “시위대 수천명만 (한남동 공관 주변에) 나와도 시위대를 해산하기 전에는 움직일 여지가 없다”고 했다.

장 전 부장은 “(대통령이) 한남동에 갇혀버리면 상황을 해제하기 위해 엄청난 경찰력을 동원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국가위신이 떨어지게 된다”며 “그 책임은 결국 대통령이 다 져야 한다”라고 했다.

장 전 부장은 “정치적 관점에서 이 얘기를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커다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제발 그런 결정(한남동 관저 입주)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 전 부장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청와대 관저에 일단 머물면서 1~2개월 태스크포스를 두고 문제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청와대 관저는 호화 주택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21일 한남동과 국방부를 잇는 도로인 이태원로의 출근시간 모습. 연합뉴스

장 전 부장은 윤 당선인 취임 후 통의동 연수원에서 경호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경호 역량은 된다”고 했다. 다만 “서초동부터 통의동까지 교통량이 어마어마하다”며 대통령이 신호 개방을 하고 오게 되면 일반 시민들의 불편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전 부장은 한남동에서 국방부 청사까지 3㎞ 가량의 교통통제에 대해서는 “중요 도로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교통통제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우발적 사태가 발생했을 때 그것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취임 전 까지 집무실의 용산 이전이 안 될 경우 통의동에서 집무를 할 것”이라며 통근은 서초동(자택)에서 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