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통령 관저가 한남동에 마련될 경우 시위대에 대통령이 감금될 위험도 있다는 전직 경호부장의 주장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우선 청와대 내 관저에 들어간 후 이 같은 문제점을 하나하나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기붕 전 대통령 경호실 경호부장은 2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출근도 못하는 헌정 사상 최초의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장 전 부장은 1980년대초 대통령 경호실에 공채로 입사했다. 약 20년 간 최규하 전 대통령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전직 대통령 5명을 경호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관저 문제와 관련해 “(당장은 한남동) 공관을 수리해서 들어가는데 장기적으로는 이 구역(국방부 부지) 안에 관저나 외부 손님들을 모실 수 있는 시설들을 만드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임시 관저는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리모델링 해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대상으로 꼽힌 용산 국방부 청사 건물과 한남동 공관의 거리는 3㎞ 정도다.
前경호부장 “시위대 수천명만 모여도 관저 고립될 위험”
장 전 부장은 “한남동 공관을 이용하든 사저를 이용하든 경호전문가로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그곳에 감금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집권 초기에는 개혁에 반대하는 집단의 시위가 발생할 수 있는데 만약 수만명의 시위대가 모일 경우 대통령이 출근을 못할 위험성까지 생긴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경내에 집무실-관저가 함께 있는 것과 집무실-관저가 서로 다른 지역에 있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시각이다. 장 전 부장은 “지금도 청와대 근처에 시위가 매일 있다”며 “시위대 수천명만 (한남동 공관 주변에) 나와도 시위대를 해산하기 전에는 움직일 여지가 없다”고 했다.
장 전 부장은 “(대통령이) 한남동에 갇혀버리면 상황을 해제하기 위해 엄청난 경찰력을 동원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국가위신이 떨어지게 된다”며 “그 책임은 결국 대통령이 다 져야 한다”라고 했다.
장 전 부장은 “정치적 관점에서 이 얘기를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커다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제발 그런 결정(한남동 관저 입주)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 전 부장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청와대 관저에 일단 머물면서 1~2개월 태스크포스를 두고 문제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청와대 관저는 호화 주택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 전 부장은 윤 당선인 취임 후 통의동 연수원에서 경호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경호 역량은 된다”고 했다. 다만 “서초동부터 통의동까지 교통량이 어마어마하다”며 대통령이 신호 개방을 하고 오게 되면 일반 시민들의 불편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전 부장은 한남동에서 국방부 청사까지 3㎞ 가량의 교통통제에 대해서는 “중요 도로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교통통제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우발적 사태가 발생했을 때 그것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취임 전 까지 집무실의 용산 이전이 안 될 경우 통의동에서 집무를 할 것”이라며 통근은 서초동(자택)에서 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