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에는 숲을 시사하는 어떤 형상도 없다. 그럼에도 낙서하듯 휘갈긴 붓의 터치, 붉은색 초록색 밤색 등의 원색의 색상에서 자연의 응축된 에너지, 알 수 없는 기운이 뿜어나온다. 숲에서 느꼈던 몰아의 경험은 자연스레 탈경계의 추구로 이어지며 캔버스에는 과거와 현재, 미래에 도래할 동물들이 한데 엉켜있기도 하다. 원색으로 중첩시킨 다층적 이미지에 삶과 죽음, 불안과 희망의 기운이 공존하는 작품 72점을 소개한다. 2014년 작부터 올해 작업까지 두루 나왔다.
작가는 미국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와 펜실베이니아대 대학원을 거쳐 이화여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쳤으며, 2014년 주목할 신진 회화 작가에게 주는 종근당 예술지상을 받았다. 대안공간 아트스페이스 휴, 리안갤러리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했다. 4월 24일까지.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