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국방부에 ‘용산 이전’을 위한 계획 수립을 처음 요청한 시기는 지난 14일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에 용산 이전이 처음 통보된 지 6일 만에 이전 결정이 공식화된 것이다. 용산 이전 검토가 급박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에 대해 김용현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 팀장은 “(용산 이전은) 2월 중순부터 검토된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22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현안보고에서 “지난 14일 인수위가 국방부 청사 방문 및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전제로 국방부 본관동을 비우는 것에 대한 계획 수립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 날인 15일에는 인수위 측으로부터 “민간임차와 건축물 신축 없이 최대한 기존 건물을 활용하고 3월 31일까지 이사할 수 있는 방안 모색 요청을 받았다”고 국방부는 보고했다.
이후 18~19일 인수위원 및 윤 당선인의 외교부와 국방부 청사 답사가 이뤄진 것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 이전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윤 당선인 측은 용산 이전 계획에 대해 공약 설계 과정에서부터 검토됐던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윤 당선인은 기자회견 당시 용산으로 후보지가 급하게 바뀌었다는 취지의 취재진 질문에 “(용산 이전은) 처음부터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고 공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대안으로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공식적으로 국방부에 통보된 것이 지난 14일이고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국민에게 알려진 것이 지난 15일이었다는 점에서 논의가 너무 빠르게 진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용산 이전의 최초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한 시점이 구체적으로 언제인지 불분명하다는 시선도 있다. 대선 전 공약 설계 과정에서 검토됐던 사항이라면 용산 이전도 선택지에 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미리 알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MBN ‘판도라’에 출연해 ‘용산 이전’은 지난 15일 게재된 신문 칼럼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용산 이전에 김건희 여사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에 대해서는 “민주당에서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권 의원은 “처음에는 선택지가 정부서울청사와 외교부 청사밖에 없었다”라며 “언론 기자가 ‘용산 시대를 열어라’는 내용의 칼럼을 썼다. 집무실 이전을 담당하는 실무자가 신문을 보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한남동 관저에서 5년 내내 왔다 갔다 하면서 국민적 불편을 감내하라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국방부로 가본 것”이라고 했다.
진행자가 ‘용산 이전은 기자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냐’라고 묻자 권 의원은 “그렇다”라고 답했다. 앞서 경향신문은 지난 15일 “청와대는 국방부로 가야···‘용의 땅’ 대통령 시대”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권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칼럼 게재 이후 용산 이전 논의가 본격화된 것이다.
다만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은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의 설명은 차이가 있었다. 김 전 본부장은 ‘용산 이전’이 국방부 출입기자 아이디어였다는 게 사실인지 묻는 말에 “그분의 의견을 들은 것은 맞지만 특정 개인 의견을 듣고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전 본부장은 22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그분(기자)을 만나기 전부터 한 50명 이상 많은 예비역 선후배들을 다 봤고 관련된 전문가들을 다 만났다”며 “기자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게 아니라 이미 그런 계획이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물었다”고 했다.
김 전 본부장은 “2월 중순부터 광화문 청사를 포함해 10여개 정도 대안을 검토했다”며 “(국민에게 알려진 후) 발표까지 6일 정도 걸렸지만 (용산 이전의) 실제 검토는 2월 중순부터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김 전 본부장은 발표가 급박하게 이뤄진 측면이 있다는 지적에는 “그런 부분은 어느 정도 인정한다”면서도 “검토 과정에서 촉박한 시간에 좀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지만 최대한 문제가 없도록 검토를 면밀하게 했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