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연극인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한국연극협회로 ‘새로 고침’ 하겠습니다.”
손정우 신임 이사장은 인터뷰 장소에 백팩을 매고 붉은 빛 표정으로 들어섰다. 당선된 후 지역 연극축제를 챙기고 한국연극협회의 조직을 탄력으로 끌고 가기 위한 고민이 많아 보였다. 예산확보가 필수라며 “대기업 세일즈 하러 다녀야죠. 가능합니다. 부딪쳐서 안되는 게 있겠어요?”하면서 물 한잔을 털어 넣는다. 지난 2월 28일 치러진 제61차 정기총회 임원 선거에서 총 투표인 수(443명) 무효 1표로 당시 손 후보는 258표를 얻어 당선됐다.
그는 지난 제26대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선거에서 4표 차이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선거 공약 팸플릿 표지는 신발 끈을 조여 매고 30년 동안 극단 대표로 연출로 뛰어다닌 대학로 연극인 생활은 조직의 수장(首長)으로 초심으로 들어서는 출발선에 서 있었다. 3년 동안 전국을 다니며 연극인들과 소통하면서 재 도전을 준비해왔고 선거일에는 전국에서 모인 연극인(대의원)들은 “한국연극협회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한다는 마음으로 한 표를 행사하며 손 후보롤 지지했다. 손 이사장은 혜화동 1번지 2기 동인으로 극단 유목민 대표를 거쳐 한국 연출가협회 회장 등을 거쳤다.
| 연극인들의 생존, 복지, 창작지원 문제, 연극 문화 환경과 서울 중심의 연극계를 분권화 할 수 있는 장치(裝置)가 필요하다.
―제27대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으로 당선됐다. 전국 연극인들이 손 이사장을 지지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같아요. 협회의 역할은 회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인데, 첫째는 회원 전체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법안들을 정리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예술인 산재보험이라든지, 이런 법안을 입법시키면 예술인 전체가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니까, 입법에 대한 기대감이 필요해요. 연극 예술이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하는데, 아직까진 고립되어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지역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도 들고요. 지역은 아직 연극의 사각지대입니다. 배우들이 지역에 남아 있질 않아요. 그리고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되는 작업이 일이천만원 지원 받아봤자 예술가들이 생존하기 힘든 구조죠.”
―연극인들의 생존, 복지 문제, 그리고 서울 중심의 연극 환경을 분권화 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군요. 회원들은 공약을 이행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컸을 것 같다.
“공약을 지키는 게 목표죠. 그걸 실현하는 게 앞으로 할 일이에요. 장기적인 공약은 내 임기 안에 실현하지 못할 수 있지만, 최소한 문제 제기는 하고 넘어가야 그다음 이사장님이 협회를 운영하시는 데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겁니다.”
―선거 포스터는 신발 끈을 다시 묶는 이미지를 썼다. 지난 3년 동안 재도전을 준비하면서 고민과 부담이 컸던 것 같다.
“소상공인들은 특별법에 근거해 피해 보상을 받았는데, 연극인들은 지원 대상이 포함이 안 됐어요. 극장, 연습실, 극단을 운영하는 연극인과 배우는 1인 기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예술도 노동인데, 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보상하지 않는 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문제가 불거졌을 때 협회가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그게 약했어요. 협회가 구심점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지난 3년 간 공연예술인노동조합에 운영위원으로 참가하면서, 연극인들의 인권·권리·복지에 대해 할 일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부에선 경제 우선 정책을 펴다 보니, 예술인과 관련한 법안은 차순위로 밀리더라고요. 이런 것들을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무엇보다 지방자치가 실현된 지 20년이 넘었는데, 문화 분권을 구호 상으론 거창하게 외치고 있지만, 아직 실현이 안 됐어요. 내가 어디에 살든지 동일한 혜택을 받는 게 중요하잖아요. 우리나라는 중앙 집중화가 심해서 배우들은 일자리가 없어도 서울로 올라가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지역에서 두 배의 임금을 줘도 배우들이 남아있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문체부가 지역 예술가들의 생존을 위해 예산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은 겁니다. 국립극단도 서울에만 있는데, 지역에 제 3, 4의 국립극단이 존치(存置)되어야 합니다.” (그의 생각은 확고해 보였다)
―신임한국연극협회 이사장으로 지역과의 문화계층을 허물고, 서울과 지역 연극이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의 0순위 정책 과제로 들렸다. 다시 물었다. “재도전할 정도로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이 되어야 했던 이유가?”
“저보다 역량 있는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이 선거에 안 나오시더라고요. 좀 나왔으면 좋겠는데. 저는 전문 행정가는 아니지만, 한일교류문화위원회 위원을 하면서 외교적인 경력을 쌓아왔고, 경기대학교 평생교육원장을 하면서 조직을 행정적으로 체계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꾸준하게 해 왔어요. 제가 가진 장점이 협회에 녹아들면 지금보단 나은 조직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고요. 협회는 연극 현장이 잘 돌아갈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하잖아요. 현장에서 30년 이상 있었던 연극인이니까 현장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고향은 마산이다. 마산중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계명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과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문학석사를 한 뒤 미국으로 날아가 시라큐스 대학교에서 연극학과 연극학석사를 마친 후 김광보, 박근형, 이성열, 최용훈 등과 혜화동 1번지 2인 동인 그룹(1998~2000)으로 활동했다. 인간의 폭력에 대해 다루고 있는 <그림쓰기>(하이네 뮐러 작, 손정우 연출)로 드라마의 구조를 벗어나는 실험적인 시도가 두드러졌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2기 동인의 맏형으로 연출로도 인정을 받게 된다. 그 후, 손정우 연출은 대학로를 거점으로 극단 유목민을 창단해 그의 무대적인 시선이 짙게 투영된 작품을 선보여왔으며 경기대학교 연기학과에 교수로 연극교육과 예술 경영, 연극 행정에도 전문가다..
―고향도 마산이시니까 대학로 현장과 지역 연극의 균형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노하우가 있으시겠군요. 그런데 재정에 한계가 있으면 정책을 펼칠 수 없을 텐데.
“협회가 정책들을 입안해서 예술인 전체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하고, 재정적으로 지출도 해야겠죠. 사무국이 안정되면 제가 세일즈맨이라 생각하고, 지원처를 찾아다닐 생각입니다. 기업체 리스트 열 군데를 뽑아서, 제안서를 들고 찾아갈 생각입니다. 한 면에 광고를 싣는데 백만 원이면, 일 년엔 천만 원이잖아요. 그 정도 감당 못 할 기업은 없다고 보거든요. 절실함은 통한다고,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대한민국 연극제도 예산이 깎여서 지금 5억 8천으로 운영하는데, 15억 정도는 돼야 대한민국 대표 연극제가 될 수 있겠죠. 모 기업과 함께하는 대한민국연극제라든지, 연극제가 가진 정체성을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 예산을 확충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고, 예산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 할 텐데.
“국토부, 국방부, 교육부에서 문화 관련 사업을 굉장히 많이 해요. 연계해서 협업할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문체부 예산이 7조인데, 교육부 예산은 87조예요. 연극의 가치에 교육적인 것도 포함되거든요. 노인분들의 경우엔 은퇴 이후 특별한 일자리나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연극 교육을 통해 노년층의 활동 분야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역이 이대로 가면 연극이 소멸(消滅)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로와 지역 연극이 함께 공존하고 그 차이를 없애는 게 중요하고 지역 연극인들이 생존 할 수 있는 연극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시급한 거죠.”
― 전국 연극인들과 소통하면서 체감한 한국연극협회의 진단은.
“다들 연극이 소멸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계시더라고요. 다른 장르들이 치고 올라가잖아요. 특히 넷플릭스를 통해서라든지, 집에서 콘텐츠를 편히 즐길 수 있는 분위기인데, 굳이 연극을 보러 힘들여서 극장까지 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연극이 일상에 스며들기 힘든 이유는 연극을 접해보지 않은 인구가 많아서예요. 이들에겐 연극을 보는 행위 자체가 어색하고 부담되는 일이에요. 그래서 관객층을 개발해야 하고, 지역 연극인들이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해요. 연극은 사회주의적인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럽의 경우, 개인이 소극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잘 없어요. 망할 게 뻔하니까요. 국가에서 70% 이상 극장을 운영하고, 개인이나 단체에 공공극장의 네이밍을 지정해주잖아요. 인건비를 70% 이상 보전해주는 거예요. 우리나라도 시 또는 지자체 단위로 지정 극단을 만들어야 해요. 현재 프로젝트 단위로 운영되는 지역 극단들은 생존하기가 힘들어요.”
“한국 사회는 이미 시장경제 체제를 넘어 자본의 승자 독식의 환경이 되어있는데 문화와 예술, 그리고 순수 예술 분야를 정부와 지자체 주도 방식으로 전환하고 일부 예술인 인건비와 창작 지원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다면 예술가들은 생활과 복지, 창작 활동에 안정화는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갈 길이 먼 것 같다. 우선 국·공립 극장에 대한 지원과 지역 확장을 하고 개방적인 연극 문화 정책을 육성하는 것부터 시급하다. 지원이 절실한 민간극단을 지원 육성하고 시장경제 체제에 있는 극단과 정부가 운영하는 공립극단이 함께 공존한다면 좋겠다”라고 말하자 그의 반응도 살아났다..
― 당선된 후, SNS를 통해 한국연극협회 재무 상태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하다는 글을 올렸지요.
“인수인계를 받았는데, 협회에 2,800만 원이 남아있어요. 직원 다섯 명에게 지급해야 하는 퇴직금은 삼천만 원이 넘고요. 직원 한 명도 채용할 수 없는 상황이죠. 그건 제가 안고 가야 하는 거거든요. 빚을 지고 출발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른 시일 안에 재정 상태를 개선하는 게 중요해요. 《한국연극》은 매달 적자가 나요. 지원을 받지 못하면 어려워지는 구조입니다. 청소년연극제는 국고 7,500만 원이 들어왔는데, 부담을 안고 이걸 개최하겠다는 지자체가 없어요. 통상적으로 협회가 돌아가려면 행정·인력·인건비를 가지고 운영해야 하는데, 지금 한국연극협회가 할 수 있는 건 인력 지원 사업과 대한민국연극제 2개밖에 없습니다.”
―예산의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해 개별적인 축제 지원보다는 정부가 협회를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겠군요
“공기업을 민간에 이양하는 방향이 이전부터 있었는데, 문화예술 쪽만 공공기관이 많아요. 예술경영센터, 콘텐츠진흥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공공단체에서 민간단체에 하청을 주는 구조예요. 민간단체가 문체부와 직거래를 해서 역량을 키워나가야 하는데 기회가 돌아가지 않아요. 정부 예산에는 파이가 정해져 있잖아요. 그 안에서 쪼개야 하는데, 한국문화예술총연합회의 경우 엄청난 돈을 가져가요. 한문연은 단체장의 모임이거든요. 협회도 사업 별로 받는 구조이고요 그쪽 예산을 1% 정도 줄이고 순수 예술을 견인하는 협회한테 운영 지원을 현실에 맞게 안정적으로 해주면 좋겠죠.”
―“정부에서 쏟아내는 문화 공연 예술 지원금의 상당 부분은 문화예술기관에 편중돼있고 그 예산이 각 프로젝트나 사업 별로 나누어지다 보니까 운영 지원 체계에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얘기죠?” 조직 개편, 집행부 인사, 한국연극협회 이사진 교체 등 문제가 다양하죠. 인사, 조직 운영의 원칙은.
“어느 조직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해요. 기업체 규모 정도로 협회가 운영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8,000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큰 집단이기 때문에, 사무국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게 필요합니다. 회원들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소통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해서 스마트협회를 만들겠다는 게 제 공약이었어요. 핸드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협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를 알 수 있게끔 하고 싶었죠. 하지만 뭘 만들려면 돈이 들어갑니다. 정책에 대해 알려주는 한국연극협회 알림톡도 필요할 것 같아요. 문자는 스팸처럼 정보 제공으로 인식되고 알림톡은 회원들에게 한 방향으로 전달되고 회원 중심이니까 체감하는 것이 다를 수 있습니다. ”
―그런 소통 기능이 있다면 소속감이 생기겠죠.
“일단 우리 연극인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게 필요해요. 앞으로 문체부, 한문위와 협의해서 연극계의 오스카상을 만들자, 아카데미상을 만들자고 제안하려고요. 그런 시상식을 통해서 연극의 좌표를 한국으로 가져올 필요가 있지 않나 싶어요. 음악계는 BTS, 영화계는 <기생충> <미나리>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게 했죠. 연극도 부산국제영화제 같은 연극제와 시상식을 통해 인식을 바꾸는 일이 필요한 거 같아요.”
| 지역별로 특화된 연극축제와 문화가 다양해지고 있고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과 지원을 마련하고 육성시켰으면 좋겠다.
―한국연극협회는 전국 연극인을 대표하는 기관인데,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갖는 연극인들도 있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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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운동 기간에도 지역을 다녀보면 “협회가 해준 게 뭐 있냐”고 하시거나, 협회의 필요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시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동안 협회가 제대로 기능을 못 한 거죠. 왜 기능을 못 했을까 생각해보면, 타 단체들이 연극인 개개인을 위해 목소리를 낼 때, 협회는 그러지 않았어요. 주도권을 잡고 연극인들과 함께 가지 못했고, 그들과 소통이 안 되다 보니 협회가 무슨 일을 하는지 사람들이 몰라요. 말씀하신 것처럼 ‘좋은 사업이 있으니까 지원을 해보세요’라고 알림톡이라도 보내면 좋을 텐데, 소통의 부재가 있는 거죠. 그다음 지역 연극이 소멸 위기에 처해있는데, 이를 위해 협회가 발버둥을 쳐야 해요.”
― 공약 중에 ‘지역 연극 균형 발전의 정상화’가 있죠.
“이번에 경남 연극제를 함안군에서 개최했는데, 군 단위로는 처음이 아닌가 싶어요. 함안군수가 개막식에 오셨더라고요. 두 가지 약속을 해 달라고 했어요. 군 단위에서 최초로 공공극단을 만들어 달라고요. 시립이나 국립은 있는데, 군 단위에선 공공극단이 없어요. 두 번째로 연극 전용 소극장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어요. 지역마다 연극이 스며들 수 있게 환경을 조성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에 축제가 상대적으로 적어요. 우리는 먹고사는 문제에 찌들어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위축되고, 고립되고, 소외되고, 사회적인 활동도 50% 정도 축소됐는데, 개방적인 문화 분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연극은 그러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중대한 요소에요.”
― 대안(對案)이 있나?
“지역마다 축제를 개발해서 일 년 열 두 달 축제가 열리는 나라가 되면 좋겠어요. 지자체마다 특성화된 연극제를 충분히 개발할 수 있거든요. 광주국제평화 연극제를 확장 시켜야 하고, 경남의 경우엔 인권의 성지답게 경남 인권 연극에 같은 게 필요하겠죠. 강원도는 환경, 파주나 경기 북부 지역은 평화 통일 쪽으로 가야죠. 그쪽 지역에 있는 분들이 철책선 바로 밑에 살다 보니까 경제적으로 제한을 받습니다. 그분들에게 보상하는 차원에서라도 축제를 만들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연극인, 지자체 관계자, 문체부 네트워크가 상시적으로 가동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16개 시도 지역 연극인들과의 직접 소통과 포럼을 정례화한다는 공약은.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이 얘기하는 것보단, 한문위가 현장 연극인들과 앉아서 특별한 주제 없이도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한 시간 정도 이야기할 수 있다면, 금방 연극 정책이 만들어질 거 같아요. 현장 작업자와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이 이야기를 나눠야 해요. 밀양에서 대한민국 연극제를 진행하면서도 전국 지부장 대회를 가자, 왁자지껄하게 난상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어요.”
| 1순위는 한국연극협회를 구조 혁신시키고 스마트협회를 만들 겁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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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결재 시스템을 도입할 겁니다. 그러려면 돈이 좀 들죠. 협회 창고를 결재 문서들이 메우고 있어요. 전자결재 시스템으로 바꾸면 종이 낭비를 막을 수 있잖아요. 모든 지부에서 일관되게 볼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되죠. 각 지회 지부에도 서류철이 없어지니까, 공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 것이고, 예산도 절감할 수 있어요.”
―이번 3, 9 대선 화두가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청산하고, 국민 대통합을 이루겠다는 것인데, 연극도 세대 갈등이 있고 미투, 블랙리스트를 거치면서 심화된 것 같다.
“지금 세대 간에 칸막이들이 많이 처져 있는데, 이걸 허물어야 해요. 2030이 가진 젊은 파괴력이나, 거칠지만 독창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개성들을 기성세대들이 인정해야 합니다. 그들이 계속 나아갈 수 있게 격려하는 게 필요해요. 기성세대의 눈으로 젊은 연극인들을 재단해버리면 개성이 제한되고, 서로 간의 불신도 쌓이지 않을까요. 2030세대들을 국·공립 기관에서 과감하게 기용해 기회를 주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어요. 그러려면 기성세대가 기득권을 포기해야죠. 《한국연극》에서 전국 예술인을 인터뷰하는 지면을 좋아해요. 언론에 젊은 연극인과 지역 연극인들을 노출 시켜 띄워야 해요.”
― 일일 확진자가 500만 명 대에 육박하면서 올해 밀양에서 개최되는 대한민국연극제 개최가 불투명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 상황에 상관없이 무조건 축제는 개최할 겁니다. 대한민국 연극제에 못 오는 분들을 위해 안방에서도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영상 송출 체계도 만들어지고 있어요.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저는 계속 상주할 예정입니다.”
― 한국연극협회가 운영하는 월간 《한국연극》을 웹진으로 전환되면 평생 구독자들은 종이로 된 《한국연극》 책자에 대한 애정이 큰데,
“웹진으로 방향을 정해도 한두 달 안에 되는 게 아니라, 일 년 정도의 준비 기간은 거쳐야 해요. 단순히 종이에서 인터넷 매체로 바꾸는 건 큰 의미가 없고, 웹진으로 바꾼다면 시청각적 이미지를 가미해 독자들이 즐길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내야겠죠. 종이 잡지의 매력이 있으니까, 일 년 정도의 과정을 거쳐 숙고해 봐야죠.”
― 앞으로 제27대 한국연극협회를 4년 간 이끌어갈 이사장으로서의 계획은.
“머리 아프네요. (웃음) 4년 동안 공약을 최대한 실천하는 게 중요하겠죠. 연극은 힘이 있는 예술이거든요. 그 가치를 높이려고 해요. 연극인 8,000명 개개인이 언론이 되어서 8,000명의 목소리가 터져 나간다면 엄청난 힘이 될 거예요. 연극의 사명은 ‘Make Noise’ 잖아요. 그 역할을 제대로 해야겠죠. 사회에 대한 부조리나 연극계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죠.”
한국연극협회 신임 손정우 이사장은 당선 후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연극 후배들이 저와 대의원 여러분들이 만든 4년을 추억할 때 한국연극협회가 자랑스럽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라고 말했고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한국연극협회를 위해서 새로운 각오로 달리겠습니다. 술도 끊겠습니다”라고 썼다.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 (연극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