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청와대 들어가서 편안하게 하고 싶다. 하지만 국민 감시 없어지면 불통과 부정부패가 생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한 발언이라고 한다. 윤 당선인이 용산 집무실 이전 계획이 청와대의 제동으로 위기를 맞았는데도 통의동 임시 사무실에서 계속 집무를 보겠다며 강하게 청와대 입주를 거부하는 이유인 셈이다.
윤 당선인 “靑 가면 편하지만… 국민 위한다면 나와야”
청와대 이전 TF팀 팀장인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합참) 작전본부장은 21일 밤 TBS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에 나와 ‘굳이 통의동에 머물면서까지 청와대에 안 들어가려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진행자 질문에 답변하면서 윤 당선인의 발언을 소개했다.김 전 본부장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회의석상에서 “개인적으로는 청와대 들어가서 편안하게 하고 싶다. 거기 들어가면 얼마나 좋으냐. 눈치 안 보고 내 마음대로 누가 뭐라 하는 사람 없고 나도 그러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이어 “그러나 그게 아니다. 정말 국민을 위하고 국가를 위한다면 그게 아니고 내가 불편하더라도 나와야 된다”며 “내가 편하면 그게 바로 국민의 감시가 없어지고 국민의 눈에 띄지 않으면 거기서부터 불통이 나오는 것이고, 거기서부터 부정부패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국민들이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건 결국 권력 견제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 전 본부장은 “공원을 앞에 만들고 거기서 대통령 집무실을 국민이 마음대로 들어와서 쳐다보게 만드는 게 결국 대통령이 함부로 못하게 하는 견제행위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전 본부장에 따르면 일부 참모가 우선 청와대에 1년 정도 들어가 있다가 집무실 이전 공사가 마무리되면 입주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이 집무 중 공사 때문에 불편을 겪을 것을 우려해 한 말이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내가 불편한 것은 참을 수 있지만 국민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나는 감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안보공백? 있을 수 없는 얘기… 합참 원래 크게 지어”
김 전 본부장은 전날 청와대가 ‘안보 위기’를 이유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예산 편성을 거부한 것에 대해서는 “안보공백이 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강하게 반발했다.그는 전직 합참의장 11명이 용산 집무실 이전 계획에 “안보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한 것에 대해서는 “(그분들이)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에 들어가는 건 동의했지만 문제는 너무 급하게 하면 불편함이 있으니 조금 천천히 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전직 합참의장들은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로 이전할 경우 국방부와 합참이 연쇄적으로 자리를 옮겨야 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입장을 윤 당선인 측에 전했다.
김 전 본부장은 “그때만 하더라도 국방부 청사가 합참으로 가면, 합참이 바로 남태령으로 가는 걸로 생각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안보 공백이 걱정돼서 한 말”이라며 “그런데 합참, 국방부가 당분간 있다가 합참 청사가 다 지어지면 가는 걸로 됐기 때문에 안보 공백이 없다”며 전직 합참의장들이 우려하던 문제는 불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시지휘소가 있는 남태령 지역에 합참 청사 건물을 지을 때까지 한 1, 2년 정도 같이 있다가 청사가 지어지면 그때 합참은 이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전 본부장은 안보 공백이 없다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국방부와 합참이 임시 거주하게 될 현 합참 청사는 전시에 연합사령부가 이동해 오는 걸 감안해 원래 1.6배 정도 크게 지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부터 합참은 여유 있게 만들어진 청사”라며 “합참과 국방부가 같이 있으면서 임무 수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