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상’ 이수지 “수상발표 보다가 내 이름이” 감격

입력 2022-03-22 05:32 수정 2022-03-22 10:18
그림책 작가 이수지. 비룡소 제공, 연합뉴스

‘아동문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그림책 작가 이수지(48)씨가 “(나를) 그림책 세계로 들어오도록 한 작가분들 이름 옆에 설 수 있다는 게 영광”이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 작가는 21일 밤 안데르센상 일레스트레이터 부문 수상 소식 직후 연합뉴스에 “함께 후보에 올라온 분들이 워낙 대단한 분들이어서 누가 수상하는지 보려고 발표를 기다렸다가 제 사진이 떠서 깜짝 놀랐다”며 “너무 큰 상이어서 얼떨떨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림책의 거장들 틈에 끼게 돼 이 상을 받아도 될까 싶을 정도로 무게감이 큰 상이다. 아이들도 팔짝팔짝 뛰며 기뻐했다”며 “특히 역대 안데르센상 수상자 중 모리스 센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그림책의 교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여름이 온다’를 작업하면서 진짜 영혼을 갈아 넣으며 만들었는데, 가장 열심히 하면서 즐거운 순간에 큰 상을 받게 돼 더욱 좋다”고 기뻐했다.

그는 앞서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시상하는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에서도 그림책 ‘여름이 온다’로 ‘스페셜 멘션’(우수상)에 선정된 바 있다.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가 수여하는 안데르센상은 19세기 덴마크 출신 동화작가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을 기념하기 위해 1956년 만들어진 상이다. 후보의 모든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해 아동문학에 공헌한 작가에게 주어진다. 이 작가는 2016년 한국 작가로는 처음 안데르센상 최종 후보에 오른 데 이어 두 번째 도전 끝에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21일 이탈리아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열린 안데르센상 발표 기자회견. 볼로냐 아동도서전 홈페이지 캡처

1996년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이 작가는 2001년 영국 캠버웰예술대에서 북아트 석사를 마친 뒤 본격적인 그림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그림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좋아했는데 유난히 책이란 매체에 끌렸다”며 “모든 걸 아울러 종이에 인쇄해 묶으면 책이란 생각을 했고, 그중 하나인 그림책은 회화와 북아트를 공부한 저를 표현하기 좋은 매체였다”고 얘기했다.

그는 “(그림책은) 들고 다닐 수 있는 예술, 한번 보고 책장에 꽂아놨다가 언제든지 다시 펼쳐볼 수 있는 예술”이라면서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그런 예술을 접할 수 있으면 그보다 더 좋은 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보는 책으로, 저도 열렬한 독자”라며 “그림책을 사랑하기에 이런 일을 하는 것이고, 좋은 그림책을 보면 ‘나도 이런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그림책이 무척 많고 늘 곁에 두는데 두 아이보다도 제가 보기 위한 것이다. 좋은 그림책을 보면 애들을 앉혀놓고 읽어주곤 했다”고 애정을 표했다.

‘여름이 온다’는 비발디 ‘사계’ 중 ‘여름’에 모티브를 두고 글 없이 드로잉 등의 기법을 응집해 청량한 이미지를 담아냈다. 책 커버 날개에 QR코드를 담아 음악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작품은 중국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이탈리아 5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올해 6월쯤 출간할 신작에도 미국 작가가 쓴 글에 평소 구상하던 형식을 시도했다. 멀리 떨어져 있는 할머니와 손자가 서로 그리워하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종이에 구멍을 뚫어 창으로 내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구현했다.

그는 “책을 만드는 형식에 대한 실험을 꾸준히 해나갈 생각”이라며 “그림책만이 가진 고유 특성을 이용해 책을 만드는 게 가장 가장 즐겁다”고 했다.

안데르센상 시상식은 오는 9월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되는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총회에서 열린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