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용산 제동에…尹측 “통의동서 집무 시작” 정면 대치

입력 2022-03-21 18:45 수정 2022-03-22 01:24
경제6단체장들과 대화하는 윤석열 당선인. 국회사진기자단

청와대가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청와대 이전 계획에 우려를 표하며 ‘용산 집무실’ 구상에 사실상 제동이 걸리자 윤 당선인 측이 “정부 출범 직후 통의동에서 시급한 문제를 처리해 가겠다”고 맞섰다.

5월10일 용산 집무실에서 임기를 시작하기 어렵다면 대신 현재 인수위원회 사무실이 있는 통의동에서 집무를 시작해서라도 ‘청와대는 들어가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친 것이다.

청와대와 윤 당선인이 사실상 정면 대치하면서 신구 권력 갈등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측은 청와대의 제동에 “대선 불복 몽니”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윤 당선인 측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저녁 언론 공지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인 정권 인수인계 업무의 필수사항에 대해 협조를 거부하신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김 대변인은 “안타깝다”면서도 “윤 당선인은 통의동에서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바로 조치할 시급한 민생문제와 국정 과제를 처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5월 10일 0시 부로 윤 당선인은 청와대 완전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 중인 청와대 집무실 이전 등과 관련 정부 입장 등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뒤 “새 정부 출범 전까지 국방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한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며 용산 이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어 “준비되지 않은 국방부와 합참의 갑작스러운 이전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이전은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청와대는 윤 당선인이 요구한 예비비 편성에 대해서도 “22일 국무회의에 안건 상정은 어려울 것”이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입장에 따라 취임과 동시에 ‘용산 집무실’ 시대를 열겠다는 윤 당선인의 구상은 사실상 현실화가 어려워졌다. 문 대통령이 퇴임 때까지 청와대 이전 예비비 지출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용산 이전은 윤 당선인이 취임한 이후에야 시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 당선인측이 이날 ‘통의동 집무실’ 방안을 언급한 것은 문 대통령이 끝까지 제동을 걸 경우 청와대 입성을 거부하고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 현 인수위 사무실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겠다는 맞대응이다.

국민의힘도 청와대의 제동에 “대선 불복 몽니”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강도높게 반발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명을 내 “군사대비태세 유지의 핵심은 합동참모본부이기 때문에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로 이전해도 안보 공백은 없다. 있지도 않은 안보 공백을 언급하며 새 정부 추진 정책을 방해하는 건 대선 불복”이라고 주장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갑자기 ‘이전 계획은 무리’라며 제동을 걸고 나선 의도가 무엇인가”라며 “새 정부의 행보에 협력해주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통의동 사무실의 경호 문제 등을 거론하며 청와대를 압박하려는 기류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윤 당선인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으니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이라면서 “국방부 청사에 가지 말라고 하면 인수위 사무실에 있으라는 이야기인데, 통의동 사무실은 방탄유리가 아니다.경호 공백 문제는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전을 강행하려는 윤 당선인측을 비판하고 나섰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미국에서는 ‘한국에 K트럼프가 나섰다’는 말이 떠돌고, 항간에는 ‘레임덕이 아니라 취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비난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