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방침에 대해 “새 정부 출범 전까지 국방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한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청와대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임기 말 인사권 문제로 현재 권력인 대통령과 미래 권력인 대통령 당선인 간의 오찬 회동 무산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이후 양측이 또다시 충돌했다.
윤 당선인이 직접 나서 설명한 집무실 이전 계획에 청와대가 우려를 표하면서 정국은 급속도로 냉각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집무실 이전을 놓고 윤 당선인 측과 더불어민주당 간의 공방이 격화되면서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통상적으로 있었던 ‘허니문’ 기간이 아예 없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윤 당선인 입장에서 집무실 이전 논란은 여야 협치의 첫 시험대가 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윤 당선인의 방침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했다.
박 수석은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준비되지 않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갑작스러운 이전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이전은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간에 쫓겨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지 않다면 국방부, 합참, 청와대 모두 더 준비된 가운데 이전을 추진하는 게 순리”라며 “정부는 당선인 측과 인수위에 이런 우려를 전하고, 필요한 협의를 충분히 거쳐 최종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NSC 회의에서 사실상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을 사실상 반대하는 결정을 내린 셈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전 계획 반대보다는 안보 공백 우려 차원임을 거듭 강조했다.
윤 당선인 측이 22일 예정된 국무회의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 관련 예비비 편성안 상정을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하며 청와대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구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갑자기 ‘이전 계획은 무리’라며 제동을 걸고 나선 의도가 무엇인가”라며 “더 이상 지체 말고 즉각 국무회의에 예비비 편성안을 상정하고, 새 정부의 행보에 협력해주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500억원도 안 되는 이전 사업을 (민주당이) 1조원이 든다고 하는데 광우병 (시위가) 생각나기도 한다”면서 “1조원 그러면 대장동이 바로 생각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집중 공격을 가하고 있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미국에서는 ‘한국에 K-트럼프가 나섰다’는 말이 떠돌고, 항간에는 ‘레임덕이 아니라 취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비난했다.
이상헌 오주환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