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끝까지 제 소임을 다하겠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사퇴설을 일축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수처 정상화를 앞세우며 압박하는 상황에서 2024년 1월까지 3년 임기를 마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김 처장이 지난 16일 공수처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초대 처장으로서 공수처가 온전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 같이 밝힌 사실이 21일 뒤늦게 알려졌다.
김 처장은 “작년을 되돌아볼 때, 수사기관의 장으로서 그 무게감에 맞게 말하고 행동했는지 반성이 된다”며 “우리 처를 둘러싼 대외적인 환경에 큰 변화가 있는 한 해이지만 그럴수록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굳건히 지키면서 우리가 할 일,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간다면 우리 처가 머지않은 장래에 뿌리내리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또 “우리가 앞으로 일을 해 나감에 있어 공수처 전체의 역량을 제고해 나가고 이에 따른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며 “하지만 공직자의 자세와 같은 기본 태도 문제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에서 근무한다고 시간이 지난다고 몸에 배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직무에 충실한 동시에 상대를 살피며 역지사지하는 마음이 일상화돼야 비로소 가능할 것”이라며 “다산 정약용 선생님이 말씀하신 흠흠(欽欽)의 자세로 업무를 처리한다면 눈 덮인 들판을 어지러이 걷는 일은 결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1월 취임한 김 처장의 임기는 2024년 1월까지다. 김 처장은 취임 이후 3년 임기를 끝마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드러내 왔다. 지난해 2월 관훈 포럼에서는 ‘임기를 지키지 못하도록 정치적 외압이 들어온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초대 공수처장으로서 제가 임기를 지키지 않으면 제도 안착에 문제가 상당히 생길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라도 임기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공수처법 제14조에 따라 공수처장이나 공수처 차장·검사는 탄핵 또는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지 않는 이상 파면이 불가능하다. 김 처장이 자신의 임기를 지키겠다고 마음먹으면 대통령이라도 교체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 처장은 윤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사퇴설을 일축한 두 번째 수사기관장이다. 앞서 김오수 검찰총장은 지난 16일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에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