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시장이 외국인과 기관의 매물 압박 속에 2700 선을 이탈했다. 코스피지수는 21일 20.97포인트(0.77%) 내린 2686.05에 장을 닫았다. 투자자별 동향을 살펴보면 외국인과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871억원, 3311억원씩 각각 순매도했다. 개인이 홀로 7978억원어치를 사들이며 하방 지지선을 구축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종전 논의에 뚜렷한 성과가 없는 점, 주말 사이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 위원들이 매파적인 발언을 내놓은 점, 미국채 일드커브 플래트닝으로 인한 통화정책 부담 등이 외국인 매도를 부추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드커브 플래트닝은 경기침체 직전 장단기 금리 수익률 곡선이 평평해지는 현상을 뜻한다.
1. LG에너지솔루션 [373220]
LG에너지솔루션이 SK하이닉스에 빼앗겼던 국내 증시 시가총액 2위 자리를 탈환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 거래일보다 1.05% 오른 38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대로 SK하이닉스는 1%대 하락 마감하며 2거래일 만에 3위로 회귀했다. LG에너지솔루션(90조3240억원)과 SK하이닉스(88조8163억원)의 격차는 약 1조5000억원으로 추후 주가 흐름에 따라 언제든 순위는 뒤바뀔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증권시장에 데뷔한 지난 1월 27일부터 시총 2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꾸준히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지난 17일 SK하이닉스에 추격을 허용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원자재 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져 투자심리가 악화한 점, 공매도 거래의 주요 타깃이 된 점이 하방 지지선을 무너뜨린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11일 지수 편입 첫날 공매도 거래대금은 2625억6703만원을 기록하며 전체의 36.70% 비중을 차지했다.
우려가 지나치게 반영된 탓에 과매도 구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오며 약진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SK증권은 “인플레이션으로 배터리 소재 가격 상승하고 있어 셀 수익성 악화 우려가 있다”면서도 “가장 고성장할 미국 전기차 시장의 압도적인 1위 배터리 기업으로 장기 성장성은 높다”고 평가했다.
2. 사료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긴장감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사료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한일사료는 전날보다 가격제한폭(30.00%)까지 오른 2795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사료(29.95%)도 상한가를 기록했으며 미래생명자원(22.36%), 선진(14.95%), 대주산업(12.88%), 팜스토리(10.39%) 같은 사료 관련주로 분류되는 종목들도 급등했다.
식량과 비료 가격이 급등한 것이 주가에도 작용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제품 가격도 상승하고, 이에 따라 매출액이 늘어나고 수수료가 높아져 영업 마진도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개전된 후 밀 가격은 21%, 보리는 33% 급등하는 등 세계 시장에서 식량과 비료 가격이 빠르게 치솟았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곡물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밀이 7%, 보리가 23%에 달한다. 최근 북미 6위의 철도업체인 캐나디언 퍼시픽 철도가 운영을 중단하며 비료 공급망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 한국전력 [015760]
한국전력이 예정됐던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발표 일정을 연기했다는 소식에 5%대 내림세를 기록했다. 한국전력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00% 하락한 2만2800원에 장을 닫았다. 한국전력은 이날 오전 2분기 적용될 연료비 조정단가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관계부처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일정을 연기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월 전기요금 동결을 공약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유, 액화석유가스(LNG), 석탄 등 발전 연료 가격이 상승한 것도 악재로 꼽힌다. 전쟁이 극적으로 중단되더라도 원자재 가격 상승은 시차를 두고 실적에 반영되는 만큼 전쟁 이슈가 올해 하반기까지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신용평가는 이달 초 한국전력 분석자료에서 “지난해 상당한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향후 전망도 여전히 밝지 않다”고 내다봤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4분기 매출 15조5184억원, 영업손실 4조7303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전기요금 동결 속 원자재 투입단가가 오르면 적자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지금처럼 대규모 적자가 누적돼 국내 핵심 공공기관인 한국전력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면 정부로서도 지침을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은 “항상 한국전력의 부채비율이 200%를 웃돌 때 정부의 유의미한 에너지정책, 공공요금 변화가 발생해왔다”고 분석했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여의도 산책. [3분 국내주식]은 동학 개미의 시선으로 국내 증권시장을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루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