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 정부 없애야 끝나…영토 빼앗고 중립국화”

입력 2022-03-21 17:26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원격으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 뉴시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단기간 내 점령하지 못하자 다른 주요 도시들을 장악해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미 정보기관의 분석을 인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키이우 점령 대신 남부지역을 집중 공격해 해안도시 마리우폴 함락에 나서는 전술을 택했다고 전했다. 장기전에 대비하고 주요도시를 포위하는 이른바 ‘플랜B’로 전환했다는 의미다.

푸틴 대통령의 당초 목표는 키이우에 바로 진격해 속전속결로 함락시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축출하는 것이었다고 서방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하지만 예상보다 완강한 우크라이나군과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자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하면서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전술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같은 전술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를 달성하고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 돈바스 지역을 가져가려 하는 것으로 미 바이든 행정부는 보고 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름반도(크림반도)를 점령한 이후 이 지역과 러시아를 잇는 영토를 확보하려 해왔다.

우크라이나 영토와 중립국화에 대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푸틴 대통령은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미 정부 관계자는 WSJ에 전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2차 체첸전쟁’ 때인 1999~2000년 그로즈니를 공격할 때 이같은 포위 전술을 썼다. 푸틴 대통령이 주요 도시에 대한 포위 공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면서 민간인 피해도 꾸준히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NYT “평화협상 쉽지 않아…푸틴, 우크라 영토 원해”

푸틴 대통령의 공격 전술이 바뀌었어도 그의 목표는 변함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폴란드 대사를 지낸 다니엘 프리드는 뉴욕타임즈(NYT)에 “푸틴 대통령의 목표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라며 “단지 그의 전술이 바뀌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이 지금 공격을 퍼붓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저항하기 때문”이라며 “우크라이나 정부는 결국 제거돼야 한다. 이게 스탈린식 숙청”이라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평화협상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NYT는 예상했다. 존 허브스트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는 “러시아가 전장에서 전술을 바꿨다는 분석에는 동의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그의 요구사항을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푸틴이 협상에 응한 것은 자신이 외교에 열려 있는 지도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서방으로부터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측은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한 정도로 입장차를 좁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를 놓고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