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동부 친러시아 분리독립지역 인정을 조건으로 하는 평화 협정은 거부한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무산 시 안보 보장을 위한 나토 회원국들과 별도 동맹을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CNN 독점 인터뷰에서 “독립국가로서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타협들이 있다”며 “일부 영토를 독립공화국으로 인정하라고 우크라이나에 요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타협은 그냥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통제하고 있는 돈바스 분리주의 지역 2곳(도네츠크·루한스크)을 ‘일시적으로 점거 중인 지역’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협상 과정에서 종전은 물론 러시아와의 향후 충돌 방지 방안과 분리주의 지역에 대한 접근 권한도 요구할 것임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군사동맹에 가입할 수 없다면 일부 나토 회원국을 포함하는 제한된 형태의 국가 연합을 모색하겠다는 견해도 밝혔다. 어떤 형태로든 러시아의 향후 공격을 억제하기 위한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게 명분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매일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음을 강조하며 “나토 회원국이 동맹에서 우리를 만날 준비가 됐다면 즉시 하라(가입시키라). 그렇지 않다면 개별 국가들로부터 다른 안보 보장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강력한 타격을 가할 수 있고 반격함으로써 우리 국민과 군의 존엄성을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의 존엄성이 생명을 보존하지는 못한다”며 “협상 없이는 전쟁을 끝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대화 가능성을 갖기 위해서는 어떤 형식이든, 어떤 기회든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시도의 실패는 제3차 세계대전이 된다는 걸 의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25일 우크라이나 접경 국가 폴란드를 방문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