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한 여성이 생후 6주 딸을 구하다가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키이우 소재 오마디트 아동병원은 러시아의 폭격이 쏟아지던 지난 18일 올가(27)가 생후 6주 딸 빅토리아를 구하던 중 크게 다쳤다고 SNS를 통해 밝혔다.
사건 당일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기 위해 잠에서 깬 올가는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방 유리가 깨지자 본능적으로 딸 빅토리아를 감싸 안았다. 이어 남편 드미트로가 폭발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 달려왔고, 올가는 “딸이 다쳤다”고 소리치며 울고 있었다. 아이의 온몸은 피에 젖어있었다고 한다.
올가의 모습을 본 드미트로는 “이거 당신 피야. 빅토리아 피 아니야”라고 말했다. 올가는 “(내) 머리를 다쳐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며 “피가 모두 아이에게 흘러내렸고, 아이의 피인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올가는 몸과 머리, 얼굴 등에 깊은 상처를 입어 치료받고 있지만, 아이는 멍만 조금 들었을 뿐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올가는 미사일 공격이 일어나기 전 아이에게 담요를 덮어줬기에 부상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드미트로는 “우리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이었다”고 전했다.
병원 측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올가는 얼굴과 몸에 상처가 난 채 머리를 붕대로 감싸고 있으며, 빅토리아를 안고 모유 수유를 하고 있다. 이 사진은 전세계인의 SNS에서 러시아의 침공으로 민간인들의 피해 상황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확산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한편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최소 902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전날 유엔이 밝혔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우크라이나 인구 4분의 1에 해당하는 1000만명이 피란했으며, 전날까지 국외 피란은 338만9044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국내 피란은 648만명으로 추정되며 피란민의 90%는 여성과 어린이로 전해졌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