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례교인들, 고아 33명 손잡고 피란했다

입력 2022-03-21 15:37 수정 2022-03-21 17:14
우크라이나에서 루마니아로 피란한 고아들과 침례교인 가족들이 최근 루마니아 임시 숙소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마스크를 낀 이가 김영광 선교사. 경산중앙교회 제공

우크라이나 침례교인들이 수십명의 고아들을 데리고 1000㎞ 넘는 거리를 피란한 사연이 전해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루마니아에서 우크라이나 고아들을 돌보는 김영광(39) 경산중앙교회 협력선교사는 21일 국민일보와 모마일 메신저에서 “우크라이나 체르카시에 있는 침례교회 13가정이 루마니아로 피란올 때 그곳 고아원 아이들 33명을 자기 아이들과 함께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대부분 피란민은 다른 국가에 있는 가족이나 친척집으로 간다. 그런데 고아들은 갈 곳이 없기 대문에 우크라이나 교인들이 같은 교단인 루마니아 스페란차 침례교회 성도가 운영하는 고아원으로 아이들을 피란시킨 것이다. 성도들은 자기 차량으로 자녀들과 고아들을 한 차에 태우고 왔다고 한다. 13가정의 자녀만 27명이었다. 자녀 수보다 더 많은 33명을 각자 차에 나눠 태웠다.

마스크를 낀 김영광 선교사가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루마니아로 피란한 고아들과 침례교인 가족들을 위해 생필품을 운반하고 있다. 김영광 선교사 제공

성도들은 5인승 차량이나 7인승 승합차로 주로 이동했다. 일부 성도는 아직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가족과 고아를 데리러 다시 돌아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체르카시까지 왕복 2400㎞ 거리다. 김 선교사는 “루마니아 기름 값이 휘발유 ℓ당 2400원(한화)을 넘겨 왕복 유류비만 60만원이 든다”며 “조금이라도 더 피란시키기 위해 기름값을 후원 중”이라고 한다.

김 선교사가 사역하는 루마니아 스페란차 침례교회는 고아들과 피란한 성도 가족들을 돌보고 있다. 김 선교사는 피란민을 위해 이불과 매트리스 40개를 새로 준비하고 두툼한 외투, 모자, 장갑을 나눠주고 있다. 아직 추운 루마니아 날씨 때문에 매월 한화로 40만원에 가까운 난방용 나무를 구입한다. 매월 약 25만원의 식료품과 생필품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

마스크를 낀 김영광 전영희 선교사가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루마니아로 피란한 고아들과 침례교인 가족들과 함께한 모습. 경산중앙교회 제공

화장실이 하나뿐인 집에 3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김 선교사는 “다행히 루마니아 고아원 청소년들이 신앙적으로도 잘 훈련돼 부엌일부터 청소, 세탁, 난방까지 피란민을 돕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나무를 토막내고 나무를 가는 일을 이 청소년들이 돕고 있다. 루마니아는 난방시설이 발달돼 있지 않다. 피란민을 위해 빌린 집들도 나무를 사용해 난방을 하기 때문이다.

김영광 선교사(왼쪽)가 최근 우크라이나 고아들을 위해 모금된 경산중앙교회 헌금을 전달하고 있다. 경산중앙교회 제공

경산중앙교회(김종원 목사)는 최근 김 선교사에게 우크라이나 피란 고아를 돕는 목적헌금을 전달했다. 김 선교사는 “긴급한 상황에도 기꺼이 사랑을 모아준 교회와 성도들의 마음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루마니아 스페란차 침례교회는 이날도 30명의 피란민이 추가로 받았다. 그는 “피란민 수용이 한계에 다다라 하루 빨리 전쟁이 끝나고 피란민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본래 삶을 찾을 수 있길 기도한다”고 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