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공식화하면서 소요 비용 및 안보 공백 우려 등을 놓고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21일 윤 당선인의 용산 이전 발표에 대해 “민생에 백해무익하고 국가안보에 재앙과 같은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민주당을 향해 “시기‧질투하는 것 같다. 일을 안 해보고 뒷담화만 한다”고 쏘아 붙이는 등 감정싸움도 격화하고 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1조원 비용은 어떤 근거냐. 기자님들이 모르면 국민 분들이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양측은 비용 문제에서부터 1조원(더불어민주당)과 496억원(국민의힘)으로 첨예하게 엇갈린다. 집무실 이전에 따른 방공 포대 설치 여부 등 세부사항을 두고서도 주장이 다르다. [싹.다.정]이 집무실 이전과 관련한 찬반 양측의 주장과 근거들을 정리해봤다.
1조원 VS 496억원
윤 당선인이 밝힌 이동 계획은 청와대가 국방부 본관(신청사)으로 들어가고 국방부는 인근 합참 청사로 이전한다는 것이다. 합참 청사 빈 공간으로 국방부 본관 핵심 부서들이 이동하고 나머지 부서들은 용산 영내 국방부 별관(구청사)과 과천정부청사 등으로 분산 배치된다.
윤 당선인이 밝힌 496억원의 내역은 다음과 같다. 국방부를 인근 합참 청사로 옮기는데 118억원, 국방부 청사에 새 집무실을 만들고 청와대 경호처를 이사하는데 352억원, 대통령 관저로 사용할 한남동 공관 리모델링 등에 25억원이다.
여기에는 향후 합참이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로 이전하는 데 따른 비용은 빠져 있다.
육군 장성 출신 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합참 이동에 따른 본청 신축, 향후 국방부 청사 신축 등을 감안하면 최소 1조원 이상이 소요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시각 차이는 결국 국방부가 합참 청사로 들어간 이후 합참의 이동 등에 추가 비용이 얼마나 발생할 것인지, 또 그 비용을 청와대 이전에 따라 발생하는 것으로 봐야 할지에 따라 발생한다. 또 합참과 국방부가 같이 붙어 있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관점에 따라서도 비용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김병주 의원 측은 집무실 이전에 따라 국방부 본청 신축(2200억원) 합참 본청 신축(2200억원) 국방부 근무지원단 이전(1400억원) 청와대 경호부대와 경비시설 이전(2000억원) 등 천문학적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합참 이동에 따른 비용을 계산해야 하고 향후 국방부 건물 신축 등의 비용도 추가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인수위원회는 합참 이동 문제는 과장된 것이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별개의 문제라고 반박한다. 윤한홍 의원은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장기적으로 집무실 이전과 관계없이 전시지휘소가 남태령에 있기 때문에 평시‧전시 일원화를 위해 합참이 그쪽으로 가는 게 맞다. 이는 집무실 이전과 관계없이 과거부터 검토돼 오던 것”이라고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추후에 합참이 남태령으로 이동할 때 600여명 정도를 위한 막사가 필요하다”며 “그 비용은 1200억원 정도로 잡아놨는데 과하게 잡혀 있다. 실질적으로 5~6층 건물이라 1년이면 완공된다. 실질적으로 600억~700억원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 의원은 김 의원이 앞서 제시한 ‘1조원’에 대해서는 “(용산) 공간에 건물들이 있기 때문에 재배치하면 되고 (건물 신축에) 들어가는 비용이 없다”고 반박했다. 합참의 남태령 이전 시 건물 신축 비용이 들어가지만 600억~700억원이면 가능하고, 이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무관하게 진행할 일이라는 설명이다. 또 국방부가 합참 청사를 쓰면 되기 때문에 국방부 청사 신축 비용도 필요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합참을 비롯해 여러 곳으로 분산된 국방부가 다시 합쳐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또 천문학적 비용이 들게 된다는 반박도 나온다. 여석주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궁극적으로는 국방부와 합참이 다시 한 건물에 모이는 모습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그 비용은 현 시점에서 누구도 제대로 추계해 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경기도청 이전은 4708억원, 종로구청 이전 1880억원, 서초구청 이전 1000억원 등이 들었다면서 496억원은 적은 비용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청 이전에도 10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데 청와대와 국방부 이전에 드는 전체적인 비용이 과소 추계된 것 아니냐는 반박도 나오는 대목이다.
추가 방공포대 설치해야 하나
방공포대 설치를 두고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현 청와대 방호를 위한 방공포대로 국방부 청사까지 커버가 가능한지를 놓고서다.
김 의원은 드론, 헬기, 미사일 등 방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대공 미사일부터 최소한 패트리어트 미사일까지 설치가 돼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와대를 위한 방공포대는 사거리가 단거리라 용산 및 대통령 관저 한남동까지 방호를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성 의원은 이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성 의원은 “(용산에) 기존에 합참과 국방부 미군이 있었기 때문에 모든 군사시설이 완비돼 있다”며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한남동 관저까지 다 커버된다”고 했다. 성 의원은 또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수도권 전체의 방위 개념이지 청와대를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했다.
윤 당선인 측은 “용산 이전으로 주변 아파트 등에 추가적으로 방공포대를 설치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 서울 강북의 비행금지구역은 현재보다 절반 이상 축소될 것이란 게 윤 당선인 설명이다.
현재 서울 비행금지구역 P-73은 청와대 기준으로 8.3㎞까지 설정된다. 집무실이 국방부로 이전하면 비행금지공역은 국방부 중심 반경 3.7㎞로 줄어든다. 인수위는 우리 군의 제공권 장악 능력, 대공무기 성능 개선을 고려할 때 서울 비행금지구역을 대폭 축소해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추가로 규제가 더해지는 것도 없기 때문에 용산의 도시개발 계획 등에 영향도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이 한 자리에 모여 있기 때문에 동시 타격이 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윤한홍 의원은 이에 대해 “대공방어가 잘 갖춰져 있고 유사시에는 지하벙커에서 지휘를 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근접한 장소에 있으면 신속한 소통과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했다.
졸속 추진 논란…5월10일까지 완료 가능?
청와대 이전과 관련해 또 하나의 논쟁거리는 용산 이전이 충분한 논의 없이 급작스럽게 추진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청와대 이전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어도 군사 작전을 펼치듯 단기간에 처리할 일은 아니라고 비판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로 용산 국방부 청사가 거론되고 있다는 것은 지난 15일 언론 등을 통해 알려졌고 윤 당선인이 20일 공식화했다. 대외적으로 용산 이전이 알려지고 결정까지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아 국민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졌는지에 대해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우선 ‘광화문 집무실’이 어렵다는 것은 문재인정부에서도 충분히 검토됐던 사안이다. 윤 당선인이 재차 공약으로 내걸고 철회하기까지의 과정이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는 시선이 있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용산 국방부 청사가 대선 당시 공약 설계 과정에서도 검토됐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용산이 검토됐었다면 공약 단계에서부터 국민들에게 이 같은 점을 설명하고 치열한 논의를 거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당선인의 취임일인 오는 5월 10일까지 2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방부 본관 인력과 시설이 통째로 이사하는 것이 가능한지, 이사를 서두르는 과정에서 시스템의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지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국방부는 앞서 인수위 측에 “24시간씩 20일을 이사에 돌려야 물동량을 뺄 수 있다고 이사업체의 가견적을 받았다”고 전했다.
여석주 전 국방정책실장은 “시설이나 네트워크가 똑같은 물건을 똑같은 장소에 갖다 놔도 움직이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안정화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느냐”라며 “많은 시간과 계획을 세워도 안정화에 필요한 시간이 소요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성 의원은 5월 9일 자정까지 모든 게 가능한지와 관련해 “기존 시스템을 갖고 그대로 인수해서 작동되는 걸 그대로 들어가면 되는 곳이라 결코 안보에 대해선 0.1%도 걱정 안해도 된다”고 했다.
윤 당선인 측은 국방부 이사에 20일 가량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국방부 이사 기한을 4월 10일로 잡고 이후 청사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에 권한 있나…월권 논란도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 집무실 이전에 소요되는 490억여원 예비비가 오는 22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예비비는 정부가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 지출 등을 충당하기 위해 일정 범위 안으로 책정된 예산이다. 중앙부처의 장이 신청하고 기획재정부 장관이 예비비 신청을 심사한 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 승인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청와대의 협조와 관련해 “특별한 돌출 변수가 생기지 않을 것이란 가정 하에 상호 협의가 잘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 이전 문제가 인수인계 업무라고 보고 정부에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김 대변인은 “인수위법 7조에 보면 인수위 업무에 따른 것뿐만 아니라 관계 부처에 협조를 요청할 근거가 마련돼 있다”며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검토를 거쳐 내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안다”고 했다. 또 “이를 위한 현 정부와의 협조는 신뢰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집무실 이전을 강행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정식 의원은 “윤석열 인수위가 대통령직인수법에서 정한 인수위 업무의 범위에도 없는 집무실 이전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수위법에 ‘그밖에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이라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집무실 이전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안민석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직 인수법 어디에도 당선인에게 국가 기관의 이전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윤 당선인에게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예산을 신청, 승인, 집행할 권한 또한 없다”고 비판했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레임덕이 아니라 취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얘기까지”나온다며 공세를 펼쳤다. 민주당의 이 같은 반발이 청와대 집무실 이전의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민주당의 공세를 발목잡기로 규정하고 ‘광우병 사태’에도 빗대는 등 방어태세에 돌입했다. 사실상 ‘허니문 기간’이 실종됐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윤 당선인의 리더십이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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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