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중국대사, 러시아 침공 규탄 요구에 “순진하게 굴지 마라”

입력 2022-03-21 06:00 수정 2022-03-21 06:16

친강(秦剛) 주미 중국대사는 2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규탄 요구에 “순진하게 굴지 마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군수물자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입장 발표는 회피했고, 대신 정상적인 무역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한 친 대사는 ‘중국이 계속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쟁의) 생명줄을 제공하려 하느냐’는 질문에 “중국은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다. 우리는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고, 인도적 지원만 하고 있다”고 답했다.

친 대사는 ‘러시아에 돈과 무기를 보낼 것이냐’는 질문엔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 지원을 제공한다는 허위 정보가 있다. 중국이 하고 있는 건 모든 당사자에게 무기와 탄약이 아닌 식품과 약품, 침낭, 유아용 음식을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전날 “중국과 러시아는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중·러는 신뢰 관계가 있다. 우리는 많은 공통의 이익을 지니고 있다”고 답했다.

진행자가 ‘모스크바에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냐’고 재차 묻자 친 대사는 “중국은 러시아와 정상적인 무역, 경제, 금융, 에너지 협력을 하고 있다. 두 주권 사이의 정상적인 사업”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침공을 중단시키기 위해 서방 동맹이 취하고 있는 제재에 동참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서방의 제재를 회피하는 데 도움이 될 재정적 지원 중단 요구를 했는데, 교역을 지속하겠다는 답변으로 이를 거부한 셈이다.

친 대사는 러시아 침공에 대한 명확한 입장 요구를 받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15만 명의 군대를 이웃 국가에 보내는 건 우호적인 관계가 아니다. 당신은 왜 이걸 침공이라고 비난할 수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순진하게 굴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비난받는다고 해서 물러난다면 난 놀랄 것”이라며 “비난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친 대사는 “중국은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고, 미국 및 유럽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중국은 모든 위기 당사자들과 연락할 수 있다. 위기의 평화적 해결을 도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친 대사는 “우리는 이미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모든 국가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 존중되고 보호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도 “비난은 효과가 없다”고 거듭 말했다.

한편 진행자 마가렌 브레넌은 유엔 난민고등관이 신장 위구르 지역의 대규모 수용소 조사를 위해 중국으로 갈 것이라며 “그에게 무제한 접근 권한을 부여할 것이냐”고 물었고, 친 대사는 “전적으로 거부한다”고 답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