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 사상자가 하루 최대 1000명가량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서방 정보국이 추산했다. 우크라이나를 정복하려는 러시아 초기 목표는 실패했고, 막대한 사상자와 장비 손실로 인해 침공이 승패를 가리기 힘든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러시아가 장기전을 대비하지 못한 만큼 향후 2주간 전투가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일주일 넘게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는 진격이 느려지자 민간인에 대한 가혹한 포격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제2의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를 빠르게 장악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어느 것도 달성하지 못했다. 미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해방군으로 환영받고 손쉽게 점령을 끝낼 것이라 예상해 장기전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침공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군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서방은 러시아군 중 최소 7000명이 사망하고 2만 명이 부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했다. 최대 사상자는 하루 1000명가량으로 분석했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는 3주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지원물자 등의 병참 문제를 겪고 있고, 이런 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추가 방법을 고려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군은 지상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없고, 병력과 보급품, 탄약 등도 부족해 군사 작전은 곧 지속 불가능해 질 수 있다고 군사 전문가들과 미 당국은 판단했다.
WP는 “전문가들은 앞으로 2주가 전체 전쟁의 결과를 결정하는 데 중요할 수 있다고 한다”며 “러시아가 신속하게 보급을 개선하고 지원군을 투입해 지상군 사기를 북돋우지 못한다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네델란드 싱크탱크 알펜그룹 벤 호지 의장도 “러시아의 우크리이나 침공은 이제 중요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러시아의 공력능력과 우크라이나의 방어능력이 정점에 도달하는 경쟁”이라고 분석했다.
미 외교정책연구소의 롭 리 선임연구원은 “러시아가 새로 군인을 모집하거나 예비군을 소환할 수 있지만 이는 전반적인 군대 능력을 약화한다. 러시아 이익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가 여전히 막대한 병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투 준비가 된 병력은 대부분 투입됐고, 점점 더 지속 불가능한 속도로 사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전쟁연구소(ISW)도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초기 공격을 물리쳤다. 이번 충돌이 이제 교착 상태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교착 상태가 지속되면서 러시아군이 민간인 피해를 키우는 무차별 공격 방식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당국자는 “러시아의 정밀 미사일이 거의 고갈되고 있다”며 “구형 재래식 ‘멍텅구리 폭탄’(dumb bomb)을 민간인 지역에 무차별적으로 투하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인권단체는 이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 지역의 노인 요양 시설을 고의로 포격해 노인 56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풀 시의회는 “러시아군이 주민 400명가량이 대피한 예술학교 건물을 폭격해 주민들이 잔해 아래에 있다”고 말했다.
영국 국방·안보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잭 와틀링은 “2주 이내에 전쟁이 끝나진 않겠지만 다가오는 2주는 매우 중요하다”며 “러시아는 공격을 늦추기보다는 배가해, 우크리아나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CBS 방송에서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 공격을 가한 것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런 유형의 무기 사용에 의존하는 건 그가 모멘텀 재건을 시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기가 떨어진 군 문제에 대응하거나, 진격이 더디면서 공격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오스틴 장관은 “우리는 그가 마을과 도시, 시민들을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보고 있고, 그것이 지속할 것으로 예측한다”며 “하지만 그것 자체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