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는 사실은 동서고금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다만, 자만하고 방심한 자는 필연적으로 패했고 절치부심하며 제대로 준비한 자는 결국 승리했다. 이번 20대 대통령선거 결과는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는 또 다른 역사가 되었다. 지난 5년 동안 온갖 선거에서 승리한 데 취한 더불어민주당은 방심했고, 국회의원 180석을 몰아준 민심이 영원히 자신들 편일 것이라고 자만했다. 그 결과 어찌 보면 필연적으로 이번 대선에서 패했다.
반면, 지난 5년 동안 땔나무 위에서 잠을 자며(臥薪) 권토중래(捲土重來)를 꿈꾼 국민의힘은 당명을 바꾸고 30대 당대표까지 선출하며 절치부심(切齒腐心) 준비했고 결국 승리했다. 물론 이번 대선 결과는 국민의힘의 세대와 젠더 갈라치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인사 실패와 최근 보인 코로나19 방역의 난맥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그 패배의 근저에는 집권세력의 교만과 안일함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더불어민주당이 쓸개를 맛볼(嘗膽) 차례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은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유명한 이야기다. 중국 춘추시대, 오나라 왕 합려는 월나라 왕 구천이 부친상을 치르고 있는 빈틈을 노려 쳐들어갔으나, 오히려 전쟁에서 패하고 적의 활에 맞아 치명상을 입었다. 결국 합려는 그의 아들 부차에게 원수를 갚아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었다. 이에 부차는 원한을 잊지 않기 위해 땔나무 위에서 잠을 자며 칼을 갈고 때를 기다렸다. 구천은 부차가 복수를 준비한다는 사실을 알고 선제공격을 했으나 오히려 대패한 후 회계산에서 포위당하고 말았다. 구천은 오나라의 간신 백비에게 뇌물을 주며 부차의 신하가 될테니 살려달라고 간청한다. 오나라의 충신 오자서는 당장 죽여 후환을 없애야 한다고 간언했으나 뇌물을 받은 백비의 로비로 결국 구천은 목숨은 건지게 되었다.
구천은 오나라의 포로가 된 뒤 부차의 말지기 노릇을 하며 치욕스러운 삶을 살다가 드디어 기회를 잡는다. 구천이 병이 난 부차의 변까지 맛보며 병증을 파악해 치료해 줬는데, 이런 지극정성으로 치료하는 모습에 감동한 부차가 신하들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구천을 풀어준 것이다. 구천은 월나라로 돌아오자마자 자기 자리 옆에 쓸개를 매달아 두고 밥을 먹을 때마다 쓸개를 핥으며 오나라에서의 치욕을 되새겼다.
나라를 부강하고 만들고자 직접 경작에 참여했고, 그의 부인도 직접 베를 짜고 생산을 독려했다. 인구를 증가시키기 위한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펼쳤고 강한 군대를 육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결국 돌아온 지 20년 만에 구천은 부차를 굴복시켜 회계산의 치욕을 씻고 천하의 패자(覇者)가 되었다.
‘촛불’부터 시작한 지난 5년의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앞으로의 5년도 그럴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 패배의 원인을 곱씹으며 상담(嘗膽)하지 않으면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국민의힘 또한 지난 5년 동안의 와신(臥薪)의 의미를 잊고 교만해진다면 5년 뒤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은 우리 모두에게 ‘교만의 끝에 남는 것은 쓰라린 패배뿐’이라는 교훈을 다시 남겼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