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이 위장약 알비스군 제품 특허를 위해 실험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 11일 대웅제약 본사 압수수색에 앞서 특허청을 상대로 해당 특허가 출원된 과정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특허청 제출 데이터만으로는 실험 과정까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고진원)는 대웅제약이 2015년 1월 소화성 궤양용제 알비스군의 특허를 받는 과정 전반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개청 최초로 특허법상 ‘거짓행위의 죄’를 적용해 수사의뢰한 특허청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특허청은 구체적인 특허 심사 과정, 심사관들이 검토할 수 있는 영역 등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특허청은 심사 단계에서 제출받은 자료로만은 실험 데이터 조작 사실까지 곧장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3월 대웅제약이 ‘기만적으로 취득한 특허’를 이용해 경쟁사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고 판단했다. 분쟁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소송을 선택했다는 것이었다. 공정위의 결론 직후 특허청은 출원한 특허가 무효라는 심판을 청구했고 검찰에 대웅제약 수사를 의뢰했었다.
대웅제약은 조작한 데이터로 허위의 특허를 받아내는 한편 법원에 특허침해 금지 가처분을 제기해 경쟁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에도 휩싸여 있다. 검찰은 이 소송과 관련해 대웅제약 내부에서 오간 의사결정 문건과 이메일 등을 확보 분석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 등에서는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을 지연해 분쟁 상태를 길게 유지” 등의 대화가 드러났다.
법조계의 관심은 검찰의 칼끝이 과연 어디까지 향할지 쏠려 있다. 공정위는 대웅제약 법인은 고발 조치했지만 윤재승 전 회장 등 대웅제약 경영진에 대해서는 따로 고발을 하지 않았다. 경영진이 특허 출원을 서두른 정황은 있지만 실험 데이터와 특허 명세서의 허위 작성에까지 관여했는지는 증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웅제약 측은 최근 검찰 강제 수사로 접어들자 국내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21일부터 형사부 소속 검사 4명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부장검사 포함 총 15명 규모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정권 교체기의 인력 충원을 두고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강조한 시장 공정성 회복 기조를 반영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서는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이 삼성웰스토리에 계열사 급식 물량을 몰아줘 부당지원했다는 고발 건을 지난해 6월 공정위에서 넘겨받아 수사 중이기도 하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부에 접수된 사건이 많아 한 팀은 증설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으로 취임할 때 경제질서 저해 사범 엄단 기조를 피력했던 것과 맞물려 검찰이 본격적인 대기업 사정 준비 태세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