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위기 시점에 이전…軍통신망 재설치에 ‘해킹’ 우려 등 난제 산적

입력 2022-03-20 18:08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을 공식화하면서 70년 넘게 권력의 정점 바로 옆에서 그 명멸을 지켜봐 온 청와대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그동안의 대통령의 권위를 상징하는 건물이었던 청와대를 이제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원으로 바꿔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것이 윤 당선인의 구상이다. 사진은 20일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될 용산 국방부 청사(윗 사진) 모습과 청와대 자료 사진. 연합뉴스

대통령 집무실의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으로 인해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연쇄 이동이 불가피해지면서 자칫 생길 수 있는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집무실 이전을 위한 국방부 청사 리모델링과 이사가 한창일 4월에는 ‘태양절’로 불리는 김일성 생일 110주년(4월 15일)이 있는 점이 문제로 거론된다. 이때를 전후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고강도 도발부터 대규모 열병식 같은 저강도 시위부터 모든 ‘경우의 수’가 가능한 상황이다.

4월에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연합훈련의 차질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미 군 당국은 4월 12~15일에 사전연습 격인 ‘위기관리 참모훈련’(CMST)을, 18~28일에 본훈련인 연합지휘소훈련을 각각 진행하기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체계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을 경우 한·미 훈련이 제대로 실시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합참 지하벙커에서의 훈련을 최대한 배제하고, 수도방위사령부나 한·미연합사령부·평택 주한미군기지 등으로 훈련을 분산해 실시할 경우 형식적인 수준의 훈련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방부 부서가 뿔뿔이 흩어지면서 통신망을 재구축해야 하는 것은 최대 난제로 꼽힌다. 국방부와 합참은 인터넷망을 쓰지 않고 일반 부처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복잡한 별도의 내부 전산망(인트라넷)을 사용하고 있다.

이전이 시작되면 한동안 기존 전산망을 이용한 업무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전산망 재구축 과정에서 해킹 등 보안사고가 날 우려도 있다. 주한미군과 연결된 연합지휘통제체계(AKJCCS)의 일부 부서에서도 전산망 재구축 필요성이 제기된다.
장기적으로는 국방부가 용산에서 나와 정부서울청사나 후암동 옛 방위사업청 부지 등으로 옮겨야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로 인한 업무의 비효율성을 막기 위해 영내에 새로운 국방부 청사를 신축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상당한 비용이 수반되고 관련 예산이 국회를 통과할지도 미지수다.

대통령 경호도 풀어야 할 숙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0일 “한강 이남 기존 비행항로는 그대로 이용할 수 있으며 강북 지역은 비행금지공역이 기존보다 절반 이상 축소된다”고 밝혔다.

우리 군의 제공권 장악 능력과 레이더탐지성능 향상 등을 고려해 비행금지공역을 집무실 반경 3.7㎞로 줄이기 때문에 비행 제한이 강남권까지 대폭 확대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현재 비행금지공역은 집무실 반경 8.4㎞로 설정돼있다. 인수위는 또 집무실 주변 고층 건물 옥상에 방공포대를 추가로 설치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신종호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청와대에 (집무실이) 있을 때보다 완화된 대통령 경호를 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며 “새로운 경호대책 수립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경호에서 파생될 수 있는 주민 불편 우려도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통령 관저로 한남동 내 외교부 장관이나 합참의장의 공관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교통 통제하는 데에 3~5분 소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그러나 “(공관에서 청사까지) 5분 내 이동 자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사이에 신호등만 해도 여러 개”라고 말했다. 교통 통제로 인한 삼각지 일대의 혼잡 가중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