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자마자 ‘대기자 초과’… 비대면 진료도 ‘바늘구멍’

입력 2022-03-20 18:08 수정 2022-03-20 18:35
지난 14일 부산의 한 어린이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려는 성인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수십만명이 나오는 등 폭증세가 이어지자 비대면 진료 수요도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현재 일반 재택치료자가 증상이 악화될 경우 기댈 곳은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동네 병의원이나 의료상담센터 정도지만 예약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20일 오전 9시 A비대면진료 애플리케이션(앱)의 코로나19 진료 예약이 시작됐다. 시작 15분 만에 예약 가능 의사들 이름 밑으로 줄줄이 ‘대기인원 초과’ 문구가 떴다. 오전 9시20분 예약 가능한 대기인원이 4명이던 서울 강동구의 한 가정의학과의원은 기자가 의사 이름을 누르자 곧 ‘대기인원 초과’로 상태가 바뀌었다.

주말이라 진료를 하는 병원 수가 적어 예약 경쟁이 더 치열할 수 있지만, 평일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15일 격리 해제된 직장인 최모(32)씨는 “확진 기간 중 약이 추가로 필요해 비대면 진료 앱을 이용하려 했지만 오전 중에는 예약이 불가능했고 오후 5시가 넘어서야 겨우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대학교 수강신청보다 치열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소아과, 이비인후과, 내과 등 진료과들은 전부 초과인원이 떠서 기다리다 지쳐 유일하게 대기가 없었던 한의원에서 코로나19 진료를 받았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정부가 코로나19 유행 이후인 2020년 2월부터 한시적으로 원격진료를 허용하면서 의사와 환자를 연결하는 민간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도 늘어났지만 최근의 코로나19 감염 증가세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업체들은 확진자 수가 첫 10만명대를 기록한 지난달 18일 이후 진료 예약이 폭주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비대면진료 앱 올라케어에 따르면 지난주 매일 7000~1만명 가량의 진료 신청이 들어왔다. 이중 80~90%가 코로나19 진료 수요다. 닥터나우도 지난달 기준 이용자가 90만명이 넘었다. 1월 대비 곱절 수준이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매달 제휴 의료기관을 50%씩 늘리고 있지만 확진자가 불어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에는 일반 감기진료 예약도 크게 늘어 예약대기 초과가 잇따랐다. 코로나19 확진자는 비대면 진료 앱에 개인정보, 지자체에서 받은 확진 판정 문자를 첨부해야 코로나19 진료를 받고 처방약을 배송받을 수 있다. 하지만 확진자들이 예약 ‘만석’으로 코로나19 진료를 받지 못하자 ‘꿩 대신 닭’으로 감기 진료를 신청해 감기약이나 해열제라도 받으려는 경우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라케어 관계자는 “동네 병의원에 코로나19 검사자들이 북적이면서, 일반 환자들도 감염을 우려해 비대면 진료를 신청하는 사례가 늘다 보니 (감기 등) 다른 진료 과목으로도 사람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