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땅 장사’ 논란 부동산투자이민제 ‘어쩌나’…실효성 의문

입력 2022-03-20 15:38 수정 2022-03-20 16:00

제주도가 투자 유치냐 영주권 장사냐 논란이 계속되는 투자이민제도의 개선 방향을 찾고 있다.

도는 2023년 4월 제도 시행 종료를 앞두고 지난해 부동산투자이민제도 성과 및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진행한 데 이어 18일 제주농어업인회관에서 전문가와 도민 의견을 청취하는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도는 이날 제시된 의견에서 적정 안을 도출해 법무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다.

부동산투자이민제도는 외국인이 법무부장관이 지정한 투자처에 일정금액 이상을 투자하면 국내 체류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2010년 도입했다. 현재 제주를 비롯한 강원 평창, 인천 경제자유구역, 전남 여수, 부산, 경기 파주시 등 전국 7개 지역에 도입됐다.

제주에선 5억원 이상의 휴양콘도미니엄 등의 부동산에 투자하는 외국인에 해당 자격을 주고 있다. 2010년 도입 이후 현재까지 5473명이 거주 비자를 발급받고 이중 1697명이 5년간 투자 상태를 유지해 영주권을 취득했다. 이 기간 제주에는 1905건, 1조2562억원이 투자됐다.

제주의 부동산투자이민제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민사회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실효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국인 투자에 의한 도내 건설경기 활성화, 일자리 창출, 세수 증대 기여는 미미한 반면 이들이 경관 좋은 한라산 중산간(해발 200~600m) 지역에 리조트를 건설하면서 나타난 환경 파괴, 부동산 가격 상승, 숙박시설 과잉 공급 등의 문제는 지역사회에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숙박업의 경우 고용 유발 효과가 미미하고 고용의 질이 낮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투자자의 98%가 특정 국가(중국)에 편중되고 투자 분야가 부동산에 한정돼 투자 유치를 통한 경제 활성화라는 목표 달성에 애초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제주도는 2015년 투자대상 지역을 기존 도내 전 지역에서 관광지와 관광단지 내 사업지역으로 제한했으나 이후 오히려 분양 건수가 감소하고 사드 배치 등으로 한·중 관계가 악화하며 2020년 이후 투자 건수는 4건으로 급감했다.

김학모 한국자치경제연구원장은 이날 주제 발표에서 부동산 투자금액을 현행 5억원에서 15억원으로 대폭 상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 원장은 “부동산투자이민제를 아예 폐지하기보다 곶자왈 매입 운동 등 공익사업에 활용하거나 영주권 취득시 의무 거주 기간을 부여하는 등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해 유지하는 게 낫다”고 제언했다.

토론회에선 보다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제주에 부동산투자이민제가 도입된 지 12년이 됐는데 제주로 돌아온 이익이 적다. 세계적으로 부동산만을 투자 대상으로 이민제도를 시행한 나라는 없다”며 “내년 4월 일몰에 맞춰 자동 폐기되도록 해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성용 제주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은 “토지 소유권 인정에 따른 도민 반감과 부동산 가격 상승, 투자 지속성 결여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투자 금액을 상향 조정하고 장기 임대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옥동석 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고용창출 효과 등 제도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하고, 개별 사업에 대한 행정의 대응 역량을 제고할 제도적 틀 정비가 필요하다”며 제도 조정을 제안했다.

김황국 제주도의원은 “부동산투자이민제를 제주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책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며 “"건설에 국한하기보다 1차산업 등 다양한 분야로 투자처를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성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미래사업처장은 “중국은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장 가깝고 인구가 14억명으로 가장 많아 중국의 투자가 많을 수 밖에 없었다”며 “방향을 개선하더라도 해외 투자 유치는 계속 필요하다”고 제도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자치경제연구원이 지난해 9월 제주도민과 투자 이해관계자 등 1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선 제도 연장 여부에 대해 63.6%가 ‘제도 보완/현행 유지’를 택했다. 반면 전체 응답자 중 순수 도민(77명)을 대상으로 한 같은 조사에선 54.5%가 ‘연장 없이 중단해야 한다’는 응답을 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법무부가 지자체 의견 수렴을 통해 부동산투자이민제 보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며 “토론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토대로 제주에 맞는 개선안을 마련해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