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성의 시간 필요”…오세훈, 尹에 ‘용산 이전’ 신중론 전달

입력 2022-03-20 15:37

오세훈 서울시장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문제에 대한 ‘신중론’을 전달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문제가 돌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윤 당선인은 용산구에 대한 추가 도시계획 규제가 없을 것이라고 약속하고 이튿날 속전속결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공식 발표했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전날 오후 3시쯤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윤 당선인을 30분간 면담했다. 시 관계자는 “오 시장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신중론 등의 여론을 가감없이 윤 당선인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특히 일부 언론과 국민의 반대 여론을 상세히 전하면서 “여러가지 이론이 있으니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은 오 시장의 우려에 대해 추가 규제가 없을 것임을 약속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용산 지역은 이미 군사시설 보호를 전제로 개발이 진행돼왔다. 추가적인 규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국방부 인근의 개발사업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상관없이 기존 규제에만 맞춰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오 시장은 “서울시도 향후 추가적인 도시계획 규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시 관계자는 “용산으로 이전을 하더라도 시간을 들여서 검토하는 게 옳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서 시 차원에서 의견을 냈던 것”이라고 전했다.

시 내부적으로는 기존 개발 계획에 끼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최근 서울시가 아파트 ‘35층 규제’를 해제한 상황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영향을 받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시장에서 나온다.

오 시장은 이달 초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광화문~용산~여의도 구간을 용산정비창 개발 계획과 연계시켜 ‘글로벌 혁신코어’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용산정비창에 111층 규모의 빌딩이 들어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국방부 청사 인근의 한강로 1가 특별계획구역과 삼각맨션 특별계획구역 정비 사업 등이 피해를 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엄격한 대통령 경호 기준에 맞추기 위해선 국방부 인근 고층 빌딩숲 개발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기존 개발 계획의 무산·변경은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육성으로 약속한 만큼 기존 사업에 지장이 없도록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도 제한에 대해선 “서울시가 지정하는 부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대공 방어 차원에서 군사보호시설 법상 높이 제한이 있는데 기존 국방부 위치에 따른 제한 외에 추가적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따른 드론 등 도심활용모빌리티(UAM) 사업 영향에 대해선 “아직 입장이 정해진 건 없다. 대통령 뜻에 따라 맞춰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김이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