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12남매 엄마의 마지막 전투 “총 맞고도 끝까지”

입력 2022-03-20 09:59 수정 2022-03-20 12:34
러시아와의 총격전에서 숨진 올가 세미디아노바. 더 선 캡처

12명의 자녀를 둔 우크라이나 어머니가 러시아군의 폭격이 집중된 최전선에서 싸우다 끝내 전사한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더선 등에 따르면 올가 세미디아노바(48)라는 우크라이나 여성은 우크라이나 남부 도네츠크와 자포리자 사이 국경에서 러시아군과 총격전을 벌이다 복부에 총을 맞고 지난 3일 숨졌다.

전투 당시 그가 속한 부대의 군인 대부분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대원 없이 전투를 이어가던 중 결국 총상으로 숨진 것이다.

올가가 사망한 지 2주가량이 지났지만, 치열한 교전이 이어지는 탓에 유가족은 아직 그의 시신도 수습하지 못했다.

올가의 딸 율리아는 “어머니는 마지막까지 병사들을 구하기 위해 애썼다”며 “어머니가 사망한 장소의 사진을 받았지만, 아직 전투 중이어서 어머니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올가는 2014년부터 군 복무를 해 왔다. 도네츠크 인근 마르하네츠에 살던 올가는 보육원에서 입양한 아이 6명을 포함해 자녀 12명의 어머니다. 그는 다섯 명 이상의 자녀를 둔 어머니에게 주어지는 ‘Mother heroine’이라는 칭호를 받기도 했다.

러시아와의 총격전에서 숨진 올가 세미디아노바. 더 선 캡처

우크라이나에서는 그를 추모하는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안톤 헤라시첸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고문은 “올가는 러시아 깡패들(thugs)과 대치하다 살해당한 것”이라며 “부대가 살아남지 못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나라를 지키겠다는 열망을 보였다. 올가는 나에게도, 우크라이나 국민에게도 영웅이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올가에게 조의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SNS에서도 많은 누리꾼이 잇단 조의를 표하고 있다. 이들은 “올가는 유럽의 수호자이자 우크라이나의 영웅” “편히 쉬세요(Rest in Peace)” 등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