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 인권 보호를 요청한다”는 ‘적반하장’ 서한을 유엔 가맹국들에게 보내자 캐나다 대사가 해당 서한을 빨간색으로 첨삭해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BBC는 18일(현지시각) 캐나다 대사가 러시아의 서한에 반발해 첨삭한 편지를 공개해 러시아가 웃음거리가 됐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보낸 서한에는 “우크라이나의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가 우려된다”며 “어린이와 여성들을 포함한 민간인들을 보호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자행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인도주의적 위기를 걱정하는 모순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지난 17일 주유엔 캐나다 대사 측은 공식 트위터 계정에 빨간 글씨로 첨삭한 서한 2장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유엔 대표부에 “지난 16일 보낸 서한 고맙다”며 “수정했으니 봐달라”고 수정된 서한을 보냈다.
러시아가 보낸 서한 서문에는 “심각한 우크라이나 인권 문제에 관한 긴급한 문제로 편지를 보낸다”고 시작했다. 이에 캐나다 측은 ‘우크라이나 인권 문제’ 앞에 빨간 글자로 “우리(러시아)가 불법적으로 침공해서 우리가 야기한”이라고 추가했다.
‘여성과 어린이들을 보호해달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산부인과를 폭격하고 200개 넘는 학교를 폭격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는 문장을 덧붙였다. 이어 “우리는 이 같은 처참한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문장에 “우려를 표하지 않는다. 왜냐면 우리(러시아)가 원인이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누리꾼들은 ‘첨삭된 서한’을 트위터에서 22000건 이상 리트윗하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유엔 대표부도 공식 트위터에 해당 서한을 리트윗하며 “캐나다의 수정안에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에 유엔 러시아 대표부는 “외교의 스킬, 매너가 최저치에 달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러시아 측은 “러시아 혐오에 사의를 표한다”며 “(캐나다가) 두 차례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거에서 떨어진 이유를 알겠다”고 꼬집었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