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칫솔을 얼마나 자주 바꾸시나요? 매일 쓰는 칫솔은 시간이 지날수록 칫솔모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3~4개월마다 교체해야 한다고 합니다. 1년에 최소 3개, 평생 주기로 따지면 수백개의 칫솔을 쓰고 버리는 셈이죠.
칫솔은 나일론(칫솔모)과 고무, 실리콘, 플라스틱 등으로 이뤄져 있어서 재활용이 되지 않습니다. 버릴 때에는 일반쓰레기로 배출해야 해요. 크기가 작아서 ‘칫솔 하나쯤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 세계인들이 매일 사용하는 물건이라고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우리나라 5000만 인구가 1년간 버리는 칫솔만 해도 1억5000만개, 세계적으로는 230억개에 달하거든요.
요즘은 환경을 위한 대나무 칫솔이 늘고 있지만 이 대나무 칫솔도 모 부분은 나일론이라 일반쓰레기입니다. 위생을 위해 늘 써야 하는 칫솔, 지속가능하게 바꿀 수는 없는 걸까요? 손잡이 부분을 나무로 바꾸는 것만이 최선일까요? [에코노트]가 들여다봤습니다.
어떤 칫솔이 가장 친환경? 해외 연구… 반전 있었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트리니티 대학은 2020년 칫솔의 지속가능성을 연구하면서 네 가지 제품을 비교했습니다. ① 전동 칫솔 ② 일반 플라스틱 칫솔 ③ 헤드(칫솔모 부분) 교체형 플라스틱 칫솔 ④ 대나무 칫솔이었죠.
연구팀은 탄소발자국, 제품을 만들 때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했는데요. 제품 중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건 전동 칫솔이었습니다. 대나무 칫솔과 비교하면 기후 변화 가능성이 무려 11배나 높았습니다.
그럼 천연재료로 만든 대나무 칫솔이 가장 친환경적이었을까요? 반전이 있었습니다. 헤드 교체형 칫솔이 대나무 칫솔 만큼이나 환경에 적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거든요. 소비자가 환경을 위한 제품을 구입하고 싶다면 칫솔모만 교체하는 플라스틱 칫솔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연구팀은 “대나무 칫솔이 답이 아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플라스틱 칫솔을 대나무 칫솔로 대체하기 위해선 그만큼 많은 양의 자원과 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연구팀은 플라스틱 칫솔을 수거해 새 제품으로 재활용하는 것이 가장 지속가능한 방법이며, 정부와 업계가 재활용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칫솔 수거→업사이클링 이미 진행 중… 필요한 건 관심
칫솔을 모아 어떻게 재활용할 수 있을까요? 이런 재활용 사업이 이미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수도권 지역 이마트 점포 78곳에는 폐플라스틱 수거함이 설치돼 있는데요. 한국P&G, 테라사이클 코리아, 이마트 등이 협업해 2018년부터 진행한 자원순환 캠페인입니다. 샴푸 용기처럼 재활용이 어려운 복합재질 플라스틱 제품을 수거해 업사이클링하는 사업이죠. 이 수거함에는 ‘칫솔, 청소솔’을 넣는 투입구가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한국 P&G의 구강관리 브랜드 오랄비는 칫솔만 모아서 재활용하는 ‘블루우체통’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2018년부터 4년간 이어졌는데, 아쉽게도 올해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해요. 당시 지역 초등학교, 치과병원 등에서 모인 칫솔은 테라사이클 코리아를 통해 줄넘기나 화분 등으로 재탄생했습니다.
테라사이클 코리아는 칫솔 재활용 캠페인을 이어가기 위해 기업들과 논의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다만 테라사이클 코리아 관계자는 “칫솔의 60~70%가 플라스틱이고 재활용이 어렵지만, 화장품 용기 같은 다른 플라스틱 문제보다는 아무래도 관심이 적다”고 전했습니다.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위생용품인데다, 대나무 칫솔 같은 대안도 있다보니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해외엔 ‘헤드 교체형’도 많은데… 소비자 선택지 넓혀야
칫솔은 일회용품처럼 안 쓰고 싶다고 줄일 수 있는 품목이 아니죠. 그럼 소비자의 선택권이라도 많아야 하는데, 대나무 칫솔 외에는 환경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좁다는 걸 느끼실 겁니다. 특히 해외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는 ‘헤드 교체형’ 디자인이 우리나라 마트에선 좀체 보이지 않더라고요. 온라인에 검색해봐도 해외 제품만 줄지어서 노출되는 게 현실입니다.
세계적인 구강관리 브랜드 콜게이트는 2010년부터 미국 테라사이클과 협력해 칫솔, 치약 등을 수거·재활용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 회사의 ‘헤드 교체형 칫솔’을 살펴보니 손잡이 부분에 100%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한 제품, 알루미늄을 사용한 제품 등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칫솔모 리필 제품에 ‘플라스틱을 80% 줄였다’는 문구도 눈에 띄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런 제품을 살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사실 사람들의 위생을 위해 사용하는 물건이 지구를 더럽히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죠. 그래도 ‘어쩔 수 없다’며 포기하는 대신, 주어진 상황 속에서 변화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믿습니다. 똑같은 칫솔이라도 조금 더 환경을 위한 제품은 무엇일까 생각하는 사람들 말이죠. 이들에게 앞으로 더 다양한 ‘대안’이 생기길, 이들과 발 맞춰 나아가는 기업이 많아지길 바라봅니다.
‘환경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죠?’ 매일 들어도 헷갈리는 환경 이슈, 지구를 지키는 착한 소비 노하우를 [에코노트]에서 풀어드립니다. 환경과 관련된 생활 속 궁금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