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필요해서”…보이스피싱 가담한 목사, 징역 2년

입력 2022-03-19 10:05 수정 2022-03-19 10:08

농촌의 한 미자립교회 목사가 전기금융통신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책을 맡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 1-3부(안종화 부장판사)는 목사 A씨에게 이달 14일 징역 2년을 선고하며 법정구속했다. 앞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120시간 사회봉사를 명령한 1심을 파기하고 내린 판결이다.

A씨는 농촌 지역에서 작은 교회의 목회를 맡던 지난 2020년 10월 초 한 온라인 구직사이트에 구직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을 본 보이스피싱 조직 관리책은 A씨에게 연락해 “돈을 전달해 주면 그 돈의 2%를 수익금으로 주겠다”며 일을 제안했고, A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A씨는 그해 11월 17일 은행 직원 행세를 하면서 피해자에게 2000만원을 받아 조직에 넘겼다. 이후 그해 12월 초까지 경기, 부산,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14차례에 걸쳐 총 2억8000여만원을 피해자들로부터 받아 조직에 전달한 혐의를 받았다. A씨가 조직으로부터 대가로 받은 돈은 250만원이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당을 받을 욕심에 범행에 가담했고 불법적인 일이라고 의심했다면서도 범행을 중단하지 않아 죄책이 가볍지 않다. 또, 피해자 수가 적지 않고 회복되지 못한 피해액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등록 신자도 거의 없는 교회에서 목회해온 피고인 형편에서는 피해 보상을 위한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보인다”며 집행유예로 선처했다.

이에 검찰은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고, 피고인도 건강이 좋지 않으며 피해자 14명 중 7명과는 합의한 점 등 유리한 정상이 있다”면서도 “합의한 피해자와도 피해 금액 중 일부만 지급했을 뿐 모두 회복하지 못했고 나머지 피해자들로부터는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