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화랑 관계자는 “처음 이틀간 들고 나온 작품의 80%가 팔렸다. 특히 첫날 VIP 관람일은 대단했다”며 “화랑미술제가 주목받기는 2007년 미술시장 버블 이후 처음인 거 같다”고 말했다. 주최 측인 한국화랑협회는 “VIP 관람일인 16일 5시간 동안 3850명이 방문해 첫날 최다 방문객 수를 기록했으며, 판매액이 약 45억원으로 추정이 된다"고 밝혔다. 첫날 판매액은 지난해 5일간 매출 72억원의 60%를 웃도는 수치이다. 이날 정오부터 관람객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렸고, 개막 시간인 오후 3시에는 행사장 외곽을 한 바퀴 돌 정도로 긴 줄이 이어졌다. B 화랑 관계자는 “그 바람에 60대의 단골 고객이 아트페어에 왔다가 줄이 길어 그냥 돌아간다고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통상 스위스 바젤아트페어 등 굴지의 해외 아트페어는 첫날과 이튿날 판매가 이뤄지며 행사 마지막에는 거의 파장 분위기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고객이 첫날에는 분위기를 파악하고 미술품 구매를 저울질하는 등의 소비 태도로 인해 행사 마지막 날에 구매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지난해 키아프에서부터 기존의 구매 패턴에 변화가 오고 있다. 새로운 구매 문화를 선도하는 이는 지난해부터 미술시장에 진입한 MZ 세대들이다. 화랑협회 관계자는 “MZ세대는 아트페어가 열리기 전에 출품 리스트를 미리 확보하고 현장에서 실물을 확인한 뒤 바로 산다. 결정이 빠르다. 주말까지 ‘홀딩’(잠시 보류하는 것)했다가 구매하던 기성세대와 확실히 차이가 난다”라며 세태 변화를 전했다. C 화랑 관계자는 “이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미술품 가격을 깎지도 않는다”고 했다.
미술품을 재테크 관점에서 접근하는 태도도 분명하다. D 화랑 부스를 둘러보며 작품을 고르던 40대 여성은 “지난해 키아프 때 전광영 작가의 2억원 짜리 작품을 샀다. 활동 이력을 보았고 작품 세계가 좋았다”면서 “취향대로 사면서도 재테크가 되려면 이왕이면 큰 작품을 사는 게 좋을 거 같았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작품을 몇 점 샀지만 3000만원대가 최고였던 것을 감안하면 구매 금액이 파격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그는 “부동산 투자는 쉽지 않으니 주식 시장이 아닌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그림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올해 9월 프리즈 아트페어가 상륙하는 등 미술시장이 확장할 거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키아프와 화랑미술제는 화랑협회가 주최하는 양대 아트페어이다. 키아프가 외국 화랑까지 참여하는 국제 규모라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 작품이 주로 판매된다면 화랑미술제는 국내의 회원끼리 열기 때문에 1000만원이하 작품이 상대적으로 많다. 40회인 올해 화랑미술제에는 143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글·사진=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